Medicine/인턴일기
신경외과 인턴 일기 - 보호자에게 인턴이란?
분홍오리
2019. 3. 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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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다른 인턴들보다 보호자의 요청사항을 주치의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하는 편이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귀찮지만... 보호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단 의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므로
이들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의사는 몇 안되리라 생각한다
사실 큰 대학병원이면 최고의 치료를 생각하고 오는 것이 맞지만
수술 실력은 최고일지 몰라도 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교수님께서 직접 환자 현명한명을 신경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환자가 대면하게 되는 의료진은 간호사나 말단 의사들인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인턴...
사실 아는 것은 쥐뿔도 없기 때문에 환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질문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환자를 안심시키는 일뿐이다
사실 그들이 나를 잡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것도 많이 없어도 그저 들어주고 내가 아는 내용만 반복해서 설명하고 주치의 선생님께 보고드리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은 고마워했다.
보호자들과 이야기하고 돌아서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분명 인턴 의사라는 것은, 수련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이 곳에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업무 보조에 가깝다는 점, 그리고 간호사들보다 아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때로는 동의서 설명을 하다가 막히면 보호자들이 오히려 교수님이 해준 설명을 그대로 해 주고, 그것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너무 답답해서 본과때 배웠던 신경외과 강의록을 펼쳐보기도 했고, 약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환자들이 치료받고 가는 이 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기도 벅차기에 나는 사실 한 명 한명 소중한 환자들을 스쳐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보호자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혹시 ㅇㅇㅇ(환자) 영상 보셨나요?"
바쁜 하루는 어찌어찌 지나갔고 나는 보호자의 말에 처음으로 환자의 영상을 열어보았다. 15일만에 처음으로 열어본 환자의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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