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인턴일기

수술 후 통증 조절, 회복실의 중요성 — 마취과 인턴을 마치며

분홍오리 2019. 5. 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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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에서의 1달을 돌아보면 모든 의료진들이 환자를 격하게... 깨우는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마취에서 빨리 깨라고 하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고, 진통제도 그저 환자가 아파하니까 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교과서를 읽어보고 회복실에서는 꽤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마취과 현장의 생생한 풍경과 교과서 내용을 잘 배합해보려고 노력해 보겠다.

-  Miller’s anesthesia, PACU care  부분 참조

 

1. “으아아악” “펜타닐 50 주세요”

마취과에서 자주 보는 풍경 중 하나는 환자가 통증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면, 간호사 선생님께서 “ ~~ 수술받고 ~~한 환자 지금 통증 몇 점 호소하십니다” 라고 치프 선생님께 보고하는 상황이다. 마취과 선생님들은 환자의 통증 정도,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진통제를 썼는지를 보고 다른 종류의 진통제를 쓰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몇점에는 주로 어떤 진통제는 쓴다 이런 법칙은 잘 모르겠다.

마취과학 책에는 통증이 지속될 경우, 염증 매개 물질이 통증 감지기(nociceptor)를 민감화 (sensitization) 시켜서 통증의 역치가 감소하고 통증 신호의 방출률 및 기저 방출률이 증가하게 한다고 나와있다. 말초에서의 강한 통증 자극은 중추의 통증 감지를 민감화시킬 수 있다 (central hypersensitivity). 이 통증 자극은 척수 후근(dorsal horn)의 기능적 변화를 일으켜 수술 후 통증이 더욱 큰 통증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절되지 않는 통증은 그 자체로 더 큰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의 급성기 영향>

1) 신경내분비적 스트레스반응(neuroendocrine stress response)

- 증가된 교감신경계 작용

- 증가된 카테콜아민과 이화호르몬(catabolic hormone) 분비: cortisol, adrenocorticotropic hormone, ADH, glucagon, aldosterone, renin, angiotensin II 

- 합성호르몬 분비의 감소 (decreased secretion of anabolic hormone)

- 염분과 수분의 축적

- 혈당, 자유지방산(free fatty acid), 케톤체, 젖산(lactate)의 증가

- 스트레스 반응은 수술 후 과응고상태에 기여(hypercoagulability): 깊은정맥 혈전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

- 스트레스 반응은 수술 후 면역 억제에 기여하여, 이는 수술 범위와 상관이 있다.

- 수술 후 스트레스 반응에 의한 고혈당은 수술 상처가 아무는 것을 지연시키고 면역계를 억제

- 조절되지 않은 수술 후 통증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심근의 산소 소모량이 증가되어 심근경색을 유발시킬 수 있다. 또한 관상동맥을 수축시켜 심근에 산소 공급량을 줄일 수 있다. 교감신경계의 항진은 소화기계의 기능이 돌아오는 것을 지연시켜 마비성 장폐색(paralytic ileus)를 일으킬 수 있다.

- 수술 후 통증은 척수 반사의 저하를 가져오는데, 특히 phrenic nerve의 활동성을 저하시켜 호흡이 제한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는 숨을 덜 쉴 수 있고 따라서 호흡기계 합병증이 호발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의 만성 영향>

- 수술 후 만성 통증 (chronic postsurgical pain, CPSP)

- 수술 후 통증이 심할수록 CPSP로의 이행 확률이 높다. 수술 후 통증이 심할수록 말초와 중추신경이 통증에 대해 더 민감해지는 변화를 불러오게 되고 이는 만성 통증으로 이행된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의 조절은 수술 후 환자의 장단기적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덜덜덜

수술을 마치고 나온 환자들 중 온 몸을 심하게 떨고 추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 때 치프 선생님이 데메롤을 처방하며 따뜻하게 가온을 지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 “환자분 수술 끝났어요 자면 안돼요! 숨쉬세요”

정말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이다. 마취가 끝나서 비몽사몽한 환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혼나야 하고 이 광경이 처음에는 좀 재밌기도 했는데, 사실 의학적 근거가 있는 매우 중요한 처치였다.

수술 후에 기도가 막히는 가장 흔한 원인은 인두근육(pharyngeal muscle)의 힘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마취 시 근신경 차단(neuromuscular blockade)가 이루어지는데, 이 때 마취에서 가장 회복이 느린 근육이 구인두근육이다. 환자가 깨어 있는 경우 인두 근육은 수축하고 횡격막이 음압을 만들어 기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환자가 자는 경우 인두근육의 활동이 저하되고 기도를 막을 수 있다. 

회복실에서 환자를 격하게 깨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유는 호흡 저하로 환자가 정말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4. 손에 붙은 소아용 심전도 리드, “TOF 튀겨볼까요?”

내가 아는  TOF 는  tetralogy of fallot 밖에 없는데 마취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이것은 train of four의 약자이고 (그런데 뭔지 모르겠음) 자극을 주었을 때 엄지 근육 (adductor pollicis muscle)이 잘 반응하는지 보아서 마취에서 잘 깼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이다.

이는 깨어있는 환자에서 근신경의 차단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근신경 차단의 회복을 확인하는 방법에는 사실 주로 임상적 지표가 확인되는데, 손을 꽉 쥐는 힘, 혀를 내밀 수 있는지, 침대에서 발을 들 수 있는지, 머리를 5초간 들 수 있는지를 보면 된다고 한다. 머리를 5초간 드는지는 환자가 기도를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가장 연관도가 높다고 한다.

가끔 기도 삽관을 빼지 않은 채로 튜브를 물고 회복실로 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이 때 선생님들이 “환자분 눈떠보세요, 손 꽉 쥐어보세요”를 확인하는데, 삽관을 빼도 환자가 기도를 유지하고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임상적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었나보다.

 

5. 슈가 주세요

sugar가 아닌 이것은 sugammadex라는 약물로, 마취가 잘 안 깨는 경우 주는 약물이다. 대신 마취가 매우매우 격하게 깨면서 주변 의료진들이 힘들어지는 광경을 간혹 목격할 수 있다.

 

6. 산소공급

수술 후 호흡이 저하되어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산소 마스크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한다. 또한 수술 전후로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항구토제(ondansetron)만큼 수술 후 구역구토 (PONV)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산소공급은 대장 수술 후 수술 상처 부위의 감염을 낮추는 등 기타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복실에서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숨을 크게 안 쉬면 병동 올라가서 토하고 힘들다” 라는 것이었는데, 무슨 말인가 했더니 산소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 수술 후 구역 구토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는 아주 의학적인 말이었다. 그렇지만 숨을 잘 쉬는것과 관계 없이 구역 구토에 시달릴 환자들은 매우 힘들어하고 약도 맞고 병동으로 올라가시는 것 같다.

 

7. 인턴쌤 EKG 찍어주세요

회복실은 본래 병동과 달리 평화로운 곳이지만, 심전도가 이상하게 보이는 환자는 인턴을 매우 귀찮게 할 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을 걱정시킬 수 있다! 교과서에 따르면 심전도 시앙이 있으면 심근경색을 배제해야 하고 (주고 ST, 또는 T wave change 있을 때 ) 이 때 troponin 검사와 12리드 심전도를 찍어야 한다.

근데 사실 심근경색이 아니더라도 부정맥 등 심전도 이상이 있는 환자들은 전부 심전도를 찍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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