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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는 전부 일주일밖에  돌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없으면 하나도  못 보게 되는 대참사가 생기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과는 수술이 가득가득 잡혔다. 

오전에는 백내장 수술만 장장 4개나 보게 되었는데...
나의 감상 후기는 '눈 앞에서 칼이  춤을 춘다'였다.
전신마취를 안 하고 눈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지도 않는다
그냥 소독하고 국소마취만 하고 시작한다 ㅋㅋㅋㅋㅋ
환자분 입장: 어 내눈앞에 교수님과 각종 공구가...
와 겁나 무서울거같은데 다행히 교수님이 실력자셔서 엄청 빨리 잘하신다.

대략 수술중인 모습
눈의 흰자가 퉁퉁부어서 눈을 파묻기도 한다 ㅠㅠ
아, 물론 렌즈가 투명하지 않다!!!

신기했던 건 처음에 마취할 때 결막을 끄집어서 잘라서 약을  넣는다 ㅋㅋㅋㅋ
결막이 피부처럼 딸려 올라올 때 신기했다.
그다음에 절개를 눈 가장자리에 한다!!
교수님이 이 때 자기 메스가 다이아몬드라며 자랑하셨다 ㅋㅋㅋ 진짜인 듯 한데.. 정말 대기만 해도 구멍이 난다. 그냥  대고 누르시기만 한 것 같은데....

그다음에 바늘같은거로 눈 안을 휘젓고,
물을 넣어서 떼고자 하는 층을 분리한 뒤에
수정체를 부순다!!! 이상한 소리가 뾰로롱 뾰로롱 나면서 수정체가 종이처럼 찢어진다. 그러면 미역 건져내듯이 수정체를 건져내고...
ㅋㅋㅋㅋ맞다 수정체 빨아들일때 진짜 진공청소기 소리가 난다 ㅋㅋㅋㅋ 위이이이이이인
간단히 인공렌즈 삽입 후 수술 마무리!!

환자분 입장에서는 눈이 막 안보이고 이물감 느껴지고  엄청 힘드실 것 같았다.
눈이 워낙 작다보니 교수님이 현미경을 보며 수술을 하시는데 어떤 환자분들은 정말 많이 움직이신다.... 근데 움직이시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데 수술이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움직이시는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수술이 10분 이상 지연된다.... 물론 본인의 의지가 아니란 것은 알지만 정말 위험해보였다.

다행히 대학병원에서 하는 백내장 수술은  정말 빠르고 쉽게 성공적으로 끝난다. 처음에는 눈을 찢는 것도 무서워보였는데 다른 수술보다는 피도  덜 나고 덜 징그러운 것 같다.
안과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과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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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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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안과 실습이지만 사실 실습 이전에 안과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은...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눈 아파서 외래 갔던 몇몇 경험들이다.

그 중에서도 다래끼가 났을 때 절대 대학병원을 찾지 말라고 말해주고싶다.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다래끼를 진료한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을...

사실 실습생이고 시간이 떴고 몸이 아픈데 급하게 진료를 받으려면 그냥 자기 병원에서 받는게 짱짱이다. 학생 할인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소견서도 필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는 소견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외래 참관때 알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진료를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반 초기 다래끼 증상이면 동네 병원이었으면 3초만에 '다래끼네요' 진단 내리고 바로 약 받아서 왔을.. 정말 3분도 아닌 3초진료에 가까운 병이다.

그렇게 동네 병원만 다니다 대학병원도 똑같을 거라 생각했나보다.

출처는 구글, 나의 눈과는 관련 없음. 나의 눈은 동양인....

 

 

대학병원에서 다래끼 진료를 받으려면

- 혈압, 체온 등 각종 활력징후

- 가족력 (백내장, 녹내장 등), 알러지 유무 등등

- 과거 안과 질환 유무.. 별거 다물어보였음 기억이 나지 않음

그 외에 진짜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 시력검사 (떨린다...!)

- (굴절력 검사)도수검사 (????????)

- 안압검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다래끼라고여 선생님)

- 교수님을 보기 위해서 무한 외래 대기 및 교수님이 아는척할 경우 더욱 무안함

 

아 정말 다래끼 30초 진료 생각하고 갔다가 미추어 돌아버리는 줄 알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해서 내가 환상적인 치료를 받느냐고? 노노,

진짜 표준 치료를 받았다 ㅋㅋㅋㅋㅋ 표준 중의 표준! 다래끼 치료는 다 똑같습니다 환자분들!!!!!

대학병원은 감기 등 만만한 증상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

진짜 처방만 받고 싶으면 가정의학과 쌤 보러가야겠다...

여러분 경한질병은 제발 동네료

 

그러나 이렇게 꼼꼼하게 환자 보아서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대학병원 교수님들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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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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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수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므로 정형외과 스케줄도 수술이 가장 적은 단 한사람에 걸렸다 ㅋㅋㅋ
그치만 오늘 하루 수술을 본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껴서 글을 남긴다.

오늘 참관 했던 수술은 ganglion cyst 절제 수술이랑 device removal, foreign body removal, 그리고 대망의 closed reduction and internal fixation!!

나는 정형외과 엑스레이 사진을 볼 때 골절 환자는 핀을 박아서 고정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핀을 박는지 궁금해 만도 한데 한 번도 핀은 어떻게 받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딱딱한 뼈를 뚫으려면 최소한 드릴이나 망치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핀을 박은 모습

그리고 open reduction 처럼 뼈를 아예 노출하고 맞추고 고정하는 것이면 몰라도 closed reduction은 상상이 안 갔다.

차이점이 있다면 closed reduction은 skin incision을 안넣고 그냥 드릴로 뚫는 것 같았다. C arm 으로 보면서 두 뼈 사이에 드릴로 핀을 박아서 골절된 뼈들을 고정한다. 이때 수술방에 마치 스케일링을 받을 때 나는 소리에 한 열 때 쯤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은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핀을 박은 다음에는 바깥에서 핀을 구부린다. 이때 갖가지 공구가 사용된다. 정형외과 의사가 목수로 보이는 시점이다. 구부러진 핀 위에 고무 같은 것으로 마감을 하고 뼈를 움직이지 않도록 스플린트를 대어 준다.

거의 수술이 끝났을 때 정형외과 선생님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나는 비위가 좋지 않은 편이어서 선생님께 수술을 많이 보면 비위가 좋아지는지 물어봤다. 다른 수업보다 더 정형외과 수업에서 유독 잔인한 사진을 많이 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답변은 정말 웃겼다. 선생님은 "수술을 본다고 비위가 왜 좋아져?" 라고 반문 하셨다. 그 때는 선생님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냥 비위가 약한 사람은 끝까지 약한 거다.

정형외과 수업 시간에 앞자리에서 너무 끔찍한 나머지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자 교수님께 크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해부학 시간에도 뼈를 자를 때 전기톱을 쓰게 되는데 무서워서 저 멀리 도망가니까 해부학 기사님께 혼이 났었다. 생각해보면 여기 있는 아이들은 나처럼 잔인한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잘 볼 수 있는게 의사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래도 환자를 보는과는 못 할 것 같다.

오늘 느낀점 : 다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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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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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실습의 마지막 날,
원래는 케이스를 받으면 모범적으로 매일매일 환자를 찾으러 가는게 맞지만... 나는 환자파악이 도저히 안되기도 하고 매일 여러 핑계를 대다가 결국 마지막날 나의 케이스 환자를 보게 되었다.

내 케이스 환자는 외상으로 두개내 출혈이 있고 나서 계속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상태였다.
뇌출혈이 생기면 (경색이 생겨도) 뇌세포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손상 이후 점점 세포가 부어오르게 되고, 뇌는 단단한 두개골 내에 자리잡고 있어서 부으면 뇌압이 올라가다가 뇌탈출 (brain herniation)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방적으로 두개골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게 된다. 내 환자도 딱 이 케이스였다. 나는 한 번도 두개골 절제를 한 환자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craniectomy 관련 구글 이미지)

마침 나와 같이 실습을 도는 언니도 craniectomy (두개골 절제술) 환자를 보고싶어해서 나와 같이 중환자실에 가게 되었다. 전산상으로만 보던 환자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환자는 그물망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두개골을 절제하면 머리가 푹 꺼질 거라고 예상을 해서인지 머리의 부피가 정상으로 보이는 환자가 내 환자가 맞는지 싶었다. 같이 간 언니도 머리가 너무 멀쩡해보여서 두개골 절제를 받은 환자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래서 환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이마에서 박동이 관찰되었다. 정상인이라면 뼈가 감싸고 있어서 박동이 보이지 않아야 할 곳에 상피만 있기 때문에 혈액의 박동이 그대로 보여졌다. 또한 혼자는 뇌출혈로 뇌가 부어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언니와 나는 둘 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자는 중환자실에 오래 있으면서 여러 번 감염을 겪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장갑을 끼고 환자의 머리를 만져 보았다. 물컹. 나는 정말 두부같은 뇌를 만져보닸다는 사실에 기뻤고 언니는 너무 신이 났는지 중환자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나와 언니는 신이나서 둘다 킬킬대며 조용히 웃었다.

난생 처음 두개골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만져본 언니와 나는 신이 나서 나머지 케이스도 열심히 신체검진을 시작하였다. 바빈스키 사인, DTR, pupil light reflex, corneal reflex 등을 열심히 시행하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감염주의 환자이니 가운을 입으라 하셨다.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중환자실에서 학생은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입던 비닐 가운을 입으면서 언니와 나는 더없이 신나했다. 또 중환자실에서 바빈스키 검사를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서 설압자를 찾으러 중환자실을 모험하듯 누볐다. 마지막으로 손을 씻고 나오면서 언니와 나는 큰 모험을 한 것 같았다. "와 신기하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언니랑 돌면서 머리뼈가 없는 뇌를 만져보고 신기해하던 순간이 참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행복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행복을 찾는 공간이 너무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질적'이라는건, 행복과 공존하기에 너무 이질적인 공간. 많은 환자들이 불의의 사고 이후에 집으로 가지 못하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몇십 일을 보내다 가는, 그런 우울한 공간. 나와 언니는 뼈가 없어서 물컹물컹한 뇌를 만지고 신기해했고, 좋아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깨어나지 못하는 환자분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울함이 가득한이 환경속에서도 결국 나는 어떻게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참 이상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병으로 또 고통으로 학구적 즐거움을 충족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마주치며 젊음과 건강의 기쁨에 대해 여러번 생각하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머리뼈가 없는 머리때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약품 냄새가 가득하고 생명의 파동이 멈춘 중환자실에서 우리는 생명이 넘쳐서, 젊어서,  아름다워서, 그래서 행복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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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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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는 병원 전체 환자 중 정말 많은 수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 입원환자의 10-15%에 달하는 환자가 신경외과에 입원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가끔 정말 무언가를 포기한 눈빛을 보이기도 한다 (...)

입원환자는 많지만 사실 수술을 매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경외과는 경이로운 것이 내과적 + 외과적 처치를 할 뿐만 아니라 영상을 보고 마취도 하고 시술에 인터벤션까지 모든 것을 담당한다. 마치 부인과가 이 파트는 내것! 이라고 외치는 느낌이었다면 신경외과는 foramen magnum 위로는 전부 우리것! 이라고 외치는 기분이다. 신경과의 학구적인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신경외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 것은 '숨결이 바람될 때'라는 책을 읽은 후이다. 책의 작가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몸과 마음을 다 알고싶다는 바람에서 신경외과를 택했지만, 수많은 성취와 보상을 앞두고 결국은 폐암 4기로 40세를 넘지 못하고 죽고 만다. 하지만 대신에 떠나기 전에 남은 사람들에게 죽음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을 남겨두고 갔다. 비록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기는 하였지만, '마음과 몸을 모두 잘 알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신경외과는 학문적인 동시에 정말 극적이었다. 환자 명단을 받아들고 히스토리를 찬찬히 들어보면 죽음은 그리 이질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저 어느날, 예고 없이, 내일이 와야 할 자리에 와서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에 나를 데려가 버린다.

수술방에서,

lumbar spine compression fracture가 있는 환자의 시술을 보았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된 후에는 호르몬의 이유로 골밀도가 많이 감소하고, 정말 별 것 아닌 것으로 압박 골절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로 보존적 치료, 신경 블락 등의 치료를 하지만 그러한 치료에도 너무 아파하고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라면 vertebroplasty를 선택한다.

수술은...(? 시술인가...) 전신마취를 기대하였으나 그런것 따위 하지 않고... 당당하게 환자를 엎드리게 하고 척추체에 구멍 두개를 뚫어 시멘트를 채우는 ....설명만 들으면 정말 야만적인 수술이다. 환자분은 정말 많이 아파했고, 뼈에 무언가를 내리 박는 소리와 망치..등이 오가며 학생들은 무서움을 금치 못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두려움 이외에도 늙으면서 오는 나의 다양한 신체적 질환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순간, 나이가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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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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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외래에는 어떤 환자가 올지 궁금했다. 그러나 미용, 성형등을 상담하러 대학병원 성형외과에 방문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성형외과에서는 나의 마음, 담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피부 조직이 한 눈에 보아도 정상 조직이 아니고, 죽어가는 조직임을 알 수 있는 병변을 가지고 환자가 들어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걸 살릴 수 있을까요?'라고 울며 애걸복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환자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교수님은 오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죄송한 눈으로 환자를 바라보았다. 변형이 된 채로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검은 조직을, 젊은 교수님은 맨손으로 만졌고 환자는 무의미하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요'라고 이야기했다. 환자는 매우 젊은 나이대였고, 사고 이후 치료를 받았지만 충분치 않아서 병변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마치 잉여 조직인 양, 삶의 흔적을 담은 검은 조직이 환자와 함께 있었고 교수님은 그저 죽은 살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방에 있는 사람들은 환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오직 절단뿐임을 알았지만, 환자와 대면하는 15분간의 시간동안 절단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우선 여기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죠. 저는 기능을 회복하는데 일단 관심이 많습니다."

성형외과 교수님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에 명의는 많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는 없다. 성형외과도 그렇다. 죽은 조직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몸에서 다른 조직을 떼어다가 결손이 있는 곳을 봉합한다. 환자가 덜 불편하도록, 자신감을 더욱 가지고 살아가도록, 성형외과 선생님들은 '미용'이라는 목적 이외에도 환자의 삶을 '재건'하고 있었다.

젊은 환자가 나가고 나서 우울하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절망적이지만, 환자에게 절단을 절대 언급하지 않던 교수님, 할 수 있는한 최대한 살려보고 싶다며 혈관 조영 검사를 제안한 교수님, 거의 죽은 조직인 환자의 조직을 맨손으로 쓰다듬어주신 교수님.

지금 가장 절망적일 것이고, 절망을 안고 살아갈 젊은 환자를 위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여러 병을 다루는 병원에서도, 어떻게 보면 가장 절망적이고 끔찍한 상처를 다루는 교수님이지만 밝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히 예뻐지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로 희망과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와 내면을 '재건'해주는 존경스러운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깨닳았다.

성형외과는 정말 매력적인 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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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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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실습을 돌고 있다. 성형외과에는 다양한 신체 부위 (반드시 얼굴이 아님!)의 다양한 결손을 해결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

대학병원 성형외과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쌍꺼풀 수술은 없다. (로컬에서 다 한닼ㅋㅋㅋㅋ 그리고 거기서 더 잘 하는듯하다) 당뇨발이라던가, 흉터 제거 또는 어떤 이유로든 (암 등) 신체 부위를 잃으면 그것을 재건하는 수술 등을 많이 한다.

수술방에 들어가서 오늘 본 것은 코뼈 나간 사람을 복구하는 것! 

정말 다양한 히스토리로 오는데 (17:1로 싸웠다던가...) 뭐 생각보다 황당한 이유로, 다이나믹하게 넘어져서 오는 분들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른다.

재미있었던 점은 환자분은 자신이 전신마취를 하는지도 몰랐다 ㅋㅋㅋㅋㅋ 간호사 선생님께서 전신마취를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설명해 주었는데 오마이갓 왜 그런지를 알아버렸다 ㅋㅋㅋㅋㅋㅋ

일단 구글에서 closed reduction of nasal bone을 치면 이런 그림들이 나온다 (출처가 매우 명확한 그림 첨부)


정말 이보다 출처가 명확할 수 없다

보다시피 기구를 넣어서 코뼈를 세운다. 생각보다 뼈는 매우 위쪽에 있고, 우리가 코라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연골이어서 기구가 정말 진짜 깊숙히 들어가고 교수님은

(으라차차차차차차차차차)

진짜 무지막지하게 힘을 쓰고 코는 약한 점막이 있으므로 피가...샘솟는다

저렇게 힘을 써도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당긴다. 진짜 전신마취 할 만 하다

그리고 ㅋㅋㅋㅋㅋㅋ 뭔가 정교하게 다듬는걸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런거 없다. 그냥 주저앉은 코뼈를 세우고, 콧구멍에서 피가 솟구치면 열심히 솜을 넣는다

그리고 뭔가 보형물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코 위에 보호? (뭔가 코 모양으로 굳는 재료였음) 용으로 씌운다

환자는  피떡투성이가 돼서 나가고, 주요 시술 자체는 5분 정도가 걸리지만 마취를 시키고 깨우는 과정은 정말 피곤하다.

아 교수님이 진짜 온 힘을 다해서 코뼈를 위로 들어올리던 우악스러운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결론 : 안 다치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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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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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외래나 입원 (폐쇄병동)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폐쇄병동은 MRI 비용 빼고 한달에 18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료비, 밥, 약, 검사비, 활동비 모두 포함이다. 하루 5-6만원 선인 것 같다.

외래는 접수비 따로, 상담비만 3-5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오래 할 경우 intensive therapy로 더 높은 수준의 상담료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대할 수 있는 상담 시간은 5-15분 정도이다.

 

저번 포스트에서는 폐쇄병동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는데 오늘은 그냥 실습 의대생들의 일상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도대체 의대생들은 거기서 무슨일들을 할까 싶은데 우리가 묻고 싶다. 우리도 할 게 없다.

환자도 심심하고 우리도 심심하고 아무것도 못들고 들어가고 책도 맘대로 못보고... (뭐든지 환자랑 같이 하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뭐든 환자랑 같이 해야 안 혼나므로 환자에게 게임을 가르치거나 환자와 수다를 떠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끔 피해망상을 가진 환자를 만나면 별 말을 안 했는데도 언성이 높아지고 매우 불편하므로.... 그냥 테레비전을 보자고 해서 옆에만 있어도 된다고 하면 오히려 고맙다.

실습생들이 하는 일정은 아침의 체조로 시작한다. 체조를 외워가서 (중딩때 열심히 한 새천년 체조...) 환자분들과 같이 20분간 체조를 한다. 그 뒤에는 병동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몸으로 제압해주시는 역할을 하는 보호사님이 티타임을 주도해주신다. 티타임을 할 때 우리의 역할은 티가 너무 뜨겁지 않게 커피를 타고 얼음을 넣어서 환자가 안전하게 먹도록 관찰하는 것이다. 일부 정신병 약물은 부작용으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잘 입을 못 움직이거나 손을 잘 못 쓰고, 잘 걷지 못하기도 한다. 

그 뒤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로 할 일이 없다. 하지만 몇몇 요일에는 다행히 치료사님들이 와서 음악 치료, 미술 치료 등을 진행해 주신다. 이 때는 너무 고맙다... 

아래는 오늘 미술 치료 시간에 그린 그림이다. 보통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누가 떠오르는지 등을 물어본다. 

폐쇄병동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이다 (학생으로서). 개방 병동의 환자를 맡아서 찾아가거나, 외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외래는 예진이 있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데, 내려가면 초진 환자가 교수님을 뵈러 가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때 교수님들이 한 번에 환자의 히스토리, 어떤 병인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잘 차트를 작성해 주어야 하며, 우리의 차트가 의료 전산에 올라간다. 

참고로 외래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정신과에서는 외래 접수하는 데만 접수비가 들어가고, 교수님과 상담을 하게 되면 3만-5만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후에 뭔가 엄청 오래 걸리는 심리검사? 신경인지기능검사 그런거를 처방하는데 60만원이  초과해서 못 하는 환자도 종종 보았다.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면, 초진 환자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은 오랜 기간 이루어지기 힘들고, 길어봤자 10분이다. 정신과는 본인의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으러 가는 곳이기보다는 증상을 호소하고, 약을 타는 곳이 더 적합한 설명 같다. 왜냐하면 정신과는 신경 호르몬의 작용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정신 병리를 설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도 약을 먹으면 정말 급격하게 좋아지고, 환자들도 ‘왜 제가 죽을 생각을 했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해서 잘 치료되는 환자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아, 학생들이 외래에서 하는 일 중에 MMSE 라고 치매 선별검사도 하기도 한다. 기억력이 떨어지신 분들에게 간단한 검사를 시행한다.

대학 병원에 가면 학생이 무언가 큰 일을 하고 환자들이 학생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대학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중요한 그 어느 것도 학생에게 시키지 않는다. 해봤자 초진 환자 히스토리 정도, 그게 가장 큰 일일 것이다. 심지어 방도 안 주면서 신체 검진을 하라고 해서 청진을 바깥에서 서서 한 적도 있기도 하다. 다만 정신과의 문제가 아니라 내과가 워낙 바쁘고 환자가 많다 보니 그렇다.

그리고 학생들이 하는 초진은 우리학교의 정신과 이외에는 사실 대부분 의무 기록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거의 모든 병원에서 학생들이 의무 기록에 개입할 확률은 5% 미만이고, 만약 개입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과는 다른 과와는 특성이 많이 달라서, 매우 특별한 것 같다. 현대판 무당이 있다면, 아마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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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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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학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정신과는 평생 가보지 않거나 아마 치매에 걸리면 갈...아니면 혹여나 우울증이 생기면 갈 곳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웬걸, 의대 실습에서 정신과는 메이저로 취급되고, 반드시 4주를 돌아야 하며 (우리 학교의 경우), 그리고 폐쇄병동에 갇혀 있어야 한다.

정신과에 와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폐쇄병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는 폐쇄병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폐쇄병동이 무서웠다. 뭔가 영화에나 나올것만 같은? 정말 무서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정신과 폐쇄병동 안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한 할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

환자는 물론 의대 실습생들도 핸드폰을 포함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 물론 티비는 볼 수 있는데 나는 평소 티비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환자들과 할 게임을 가져다 두었는데, 게임을 할 정도로 멀쩡한 환자들은 금방 퇴원해 버려서 결국 우리끼리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혼나곤 한다.

 

물론...가끔씩 어떠한 이유로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가 있으면 정말 무섭다. 벽을 차고, 보호 요원들이 와서 환자를 둘러싸는데, 여자 환자가 아니고 건장한 남자 환자가 싸움을 걸 경우 정말... 무섭다. 그냥...진짜 엄청 무섭다. 쿵쿵소리나고 뒤집고 몸부림치고...

 

그러나 그렇게 난리를 친 환자는 '보호실'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는데, 어떤 곳이냐면 정말 방안에 혼자밖에 없고 침대에 묶여 있어야 한다. 나중에 보호실에서 나온 환자의 말을 들어보았는데, 정말 무섭고 움직일수도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한다. 옆으로 돌아눕고 싶어도 돌아 누울 수 없고,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환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신이 입원했던 기억을 미화하거나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취급하고, 마치 약을 먹어서 본인이 여기에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일종의 합리화라고 생각이 드는데, 본인이 보호실에 들어간 이유도 약기운에 쩔어서 라고 설명한다. (음 그치만...환자분...입원당시에..읍읍)

생각보다,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들은 많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젊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 더 그렇다. 앞으로 즐겁게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것은 모종의 사회적 우울증인지, 누군가를 패배자로 몰아넣는 사회적 분위기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개성있고 사연있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면 그사람들이 정말 '미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진 가정 환경에서, 욕심과 현실이 충돌하며, 힘들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더욱 큰 일이 닥친다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일시적으로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힘든 삶을 살아오셨고, 환자분의 인생에 비추어 나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 누구도, 인생이 드라마가 아닌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는 환자분과 함께 무드 그래프, 즉 인생의 특정 시기에 나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그려보았는데, 정말 다이나믹하게, 다양한 자극과 함께, 많은 이벤트와 함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이 있고 많은 것을 느끼는 삶은, 그걸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다.

 

어느날 환자분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실습생들을 환자와 같이 두는 것은 너무한 일이 아니냐고. 그렇지만, 나는 환자분과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정신과 폐쇄병동은, 가끔은 무섭지만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무서운 곳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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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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