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매우 행복한 판독실에 배정된 탓에 첫주는 이것저것 익히고 판독 수를 채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출근하면 병원 시스템을 익히고, 고년차 선생님들과 펠로우, 교수님들이 판독하는 것을 참관하였다. 

모르는 단어가 생기거나 모르는 질환이 생기면 열심히 뒤져보기도 하고...

1년차가 담당한 하찮은 업무들을 힘겹게 하나하나 해보았다.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다음 주 정식 판독 루틴에 투입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특히나 모르는 anatomy가 많은 파트는 어떻게 판독문을 준비해가야하나 막막하다.

판독이 의무가 아닌 1년차는 생각보다 널럴하고, 판독실 교수님과 고년차 선생님들도 정시 퇴근을 하는 편이어서 크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매우 좋았다.

사실 1년차는 스케줄만 널럴하지 이 널럴한 스케줄에 얼른 공부를 해서 바쁘게 살라는 뜻 같다....

 

오늘은 첫주차의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시험삼아 판독할 거리 하나를 잡고 교수님께 한 번 봐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너무 판독에 익숙하지도 않고 교수님도 꼼꼼하게 잘 봐주시려고 하다 보니, 나는 판독 케이스 하나를 가지고 3시간이 훌쩍 넘게 붙잡고 있었다. 다행히 첫주는 판독 루틴에 투입되는 주가 아니어서 부담은 덜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아는 것이 없이 판독에 투입되면 판독 하나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사실 영상의학과는 몸으로만 따지자면 다른 1년차들, 다른 과보다는 편한 과가 맞지만, nonfunction 으로 졸국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 같다....

 

반응형

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
반응형

암병동 당직을 맡을 때는유독 말기암 환자들의 경우, 사망선고와 임종에 대한 대비 등 죽음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학생 때는 가족들을 다독이고, 진중하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나쁜 소식을 전하는 교수님들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은 참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역할을 내가 하려니 정말 쉽지 않았다. 

 

#. O월 O일 사망하였습니다.

당직 시간동안 콜을 받았을 때, 지체 없이 가장 빨리 가야 하는 업무 중 하나는 사망선고이다. 가족들 앞에서 환자가 이제 고인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하는 자리이니만큼 언제 하더라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동공, 호흡, 맥박, 심전도를 주로 확인하게 되는데, 당연히 동공 반사가 없음에도 환자에게 혹시라도 생명의 징후가 있을까 항상 긴장하며 검진하게 된다. 도시괴담 같은 일이지만, 가끔 영안실에서 환자가 깨어났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하니 말이다.

죽음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다양한 것 같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료진을 원망하는 가족들도 있고, 정말 10명 이상의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러 와서,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기리고 축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임종의 순간들을 목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주고 축복해주는 죽음은 행복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많은 가족들이 모여서 죽음을 애도하는 광경을 보면, 고인이 살아있을 적 참 좋은 사람이었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약을 최대 용량으로 쓰고, 산소를 최대 용량으로 틀어도 죽음이 점점 환자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는 때가 있다. 사실 보호자들도 언젠가는 환자에게 임종이 다가올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임종 준비를 해야 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환자의 병력을 대강 파악하고 가서 설명하려고 하지만, 가족들에게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라고 입을 떼기까지는 정말 어려웠다. 가족들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직감하였는지, 다른 가족들을 불러야할지 물어본다. 이렇게 미숙하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전하고 나면, 내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과연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한 번은 간호사 선생님도 많이 마음이 안 좋았는지, 안 좋은 소식을 전하고 병실을 나오는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환자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을 할 때, 많은 가족들이 '언제까지' 시간이 있는지 물어본다. 오늘 밤을 넘길 수는 있는지, 아직 가까운 가족이 오고 있는데 더 시간이 있는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죽음의 시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오늘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은 환자임에도 낮까지 버티는 환자도 있고, 그래도 오늘밤은 넘기겠지 하는 환자가 갑자기 악화되어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더 편하게 해드릴걸

콜을 받고 처음 환자를 마주했을 때부터 이미 환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경우가 있다. 간, 뇌로 전부 암이 전이가 되어 있는 환자로 간성 혼수인지 섬망인지, 이미 매우 괴로워하고 있는 환자였다. 옆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자녀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심폐소생술 의향에 대하여 동의서를 받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친구가 '편히 보내드리고 싶어요' 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더이상 설명을 하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가 발버둥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morphine 5mg(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내고 돌아섰다. 이후에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 morphine이 효과가 있었는지 물었으나 효과가 없다고 하셨고, morphine civ(마약성 진통제 지속주입) 또는 ativan(진정제)를 사용할지 고민하였으나 호흡 저하가 오면 사망 시간이 빨라질까봐 그만두었다. 환자의 배우자가 환자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약 5시간 뒤, 환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콜을 받고 검진을 하러 갔을 때, 환자는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평안하게 누워있었다. 사망 선언을 하고 돌아서는데, 약을 더 드려서 가기 전까지 편하게 해드릴걸 하는 후회가 갑자기 들었다.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후회가 드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살아있을 때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반응형

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
반응형

3월에 레지던트가 되기 전에 알바 자리를 구해서 내과 당직만 서고 있다. 내과를 수련받지 않아도 내과 레지던트가 얼마나 괴로울지 경험해볼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인 것 같다...

 

#. 선생님 환자 멘탈이 쳐져요

나는 내공이 매우 안 좋아서 당직때마다 환자가 나빠진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열이 나고 의식의 변화가 있는 케이스가 계속 발생해서 매우 난처했다. 이미 항생제도 들어가고 있고, 혈당 포함 다른 검사 결과에서도 환자가 의식이 쳐질만한 이유가 특별히 없고... 감염내과 협진도 보았고... 감염으로 인해 나빠지는 것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난처하다. 

 

#. 더이상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고년차 내과 선생님과 상의 후 낮은 혈당이 의식 저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50DW를 먼저 투여하였으나 의식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혈당이 의식저하를 일으킬 정도로 크게 나빴는지도 의문이다...

뇌졸중, 뇌출혈, embolic stroke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머리 CT 검사를 보호자에게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앞으로 크게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아시는지 거부하셨다.

사실 그 상황에서 뇌졸중으로 진단이 내려졌다고 한들, tPA나 TFCA등 적극적 치료를 했을지 의문스럽기는 했다. 환자는 10년 이상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질병의 악화와 재발로 가족들과 환자 모두 힘들어했던 경우였던 것 같다. 혈액 검사가 나와서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보호자분은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말씀하시며 그냥 환자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했다.

환자가 나빠지든 아니든 이제 더이상 해줄 것이 없으니 정말 난처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선생님 언제 노티드릴까요' 라고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해서 '아 뭘 더 해줄 수 있을까요, 보호자한테 설명해야할까요 선생님?'등 당황스러운 질문만 내뱉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간호사 선생님이 굉장히 황당하게 느꼈겠다고 생각이 든다.

 

#. 내가 뭔가를 놓친 것은 아닐까

환자가 멘탈이 이상해지면서 혈압, 맥박이 뜬다고 콜을 받았다. 바이탈이 흔들리면서 멘탈이 바뀌면 무조건 환자를 가서 보는 편이다. 이후 패혈증 등 septic condition으로 빠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특별한 fever source를 찾지 못하면 진정제를 주고 열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지만, 열이 나지 않으면서 septic progression 하는 환자들도 있으니 나같은 초보는 정말 정말 조심해야한다.

자꾸 집에 가겠다고 욕을 하면서 맥박과 혈압이 뜨는 환자가 있어서 진정제 투여 후 2시간 뒤 V/S f/u을 오더하였는데, 7.8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몸에 감염의 원인이 될만한 필요없는 관을 제거하고 배양 검사를 나갔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하였다. 흉벽을 눌러서 아픈 통증이었고 감염의 원인이 될만한 것들을 제거했기에 일단은 심장 관련 검사는 하지 않고 경험적 항생제만 시작하였다.

다음 정규 시간에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께서는 이를 보고 바로 심전도, 심장 효소 검사 및 BNP등 심장 관련 검사를 진행하셨다. Troponin T와 BNP가 떠있고 심장내과 선생님이 심초음파 하겠다고 데려간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혹시 infective endocarditis(심내막염)이나 MI(심근경색) 가능성이 있는데 내가 흉통을 간과한걸까? 다행히 심초음파 검사에서 심내막염의 징후나 심장의 악화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혹시 내가 당직 시간에 환자의 호소를 간과하여서 더 빨리 진단할 기회를 놓쳤다면 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흉부외과에서 심내막염 환자는 많이 봤지만, 열이 나는 환자에서 심내막염을 적절한 시기에 의심하고 검사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역시 초보 의사는 갈길이 멀다.

 

#. 제대로 처치를 한 게 맞을까?

내시경을 하다가 식도에 구멍이 나서 기흉이 생긴 환자가 있었다. 흉부외과 선생님께서 흉관을 삽입을 하고 갔는데, 흉관을 삽입할 때까지만 해도 기흉이 없었지만 followup x-ray에서 기흉이 다소 증가한 양상이 보였다. 간호사 선생님한테 기흉의 양이 증가했으니 suction을 걸자고 했는데 진짜 wall suction을 걸어야하냐, 거는 게 맞냐고 정말 여러번 물어보셨다.

정말 여러번 물어보시니 나도 확신이 안 서서 마침 항상 바쁘고 집에 못가는 흉부외과 전공의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기흉이 정말 큰 경우에는 suction을 걸 경우 이후에 reexpansion lung injury가 올 수 있기 때문에 suction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식도 수술한 환자들의 경우 식도 수술한 자리가 당겨질까봐 수술 하고 나서 suction을 잘 안 건다고 했다. 튜브를 넣었는데도 기흉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튜브가 부족한지, 굵은 것으로 바꾸어야 하는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식도가 정말 터진거면 mediastinitis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왜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보내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구멍이 작고 다른 지병이 많아서 그냥 보존적으로 치료하려고 했던 걸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나니 정말 기흉에서 suction을 거는 것이 맞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잠이 안 왔다. 괜히 suction을 걸어서 lung injury가 생기거나 식도 점액이 폐로 나와서 감염되는 것 아닌가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환자가 열이 조금 난다는 노티를 받아서 더 그랬다. 처음에 흉부외과 교수님께서 튜브를 박고 natural drain을 한데는 이유가 있는 거였다.

다행히 다음날까지 환자가 별일이 안 생기고, suction을 유지하며 폐가 잘 펴져있어서 그냥 넘어갔다. 담당 선생님도 suction 유지하라고 text order를 남겨주신 것을 보고 안심하며 집에 갔다. 그치만 내가 한 일이 올바른 처치였을지, 다행히 문제는 생기지 않았지만 참 궁금해진다. 각 전문과에 동기들이 있는 것은 좋지만, 오히려 더 알아서 불안해지기도 했다 ㅋㅋㅋ

 

#. 환자 Rate가 떠요

새벽에 바이탈을 하다가 심박수가 높고 왔다갔다 하는 환자는 콜이 온다. 부정맥이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다가 새벽 4시에 당장 인턴샘한테 심전도를 찍으라고 하면 화나겠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인턴 때 새벽에 별 것도 아닌데 심전도를 찍으러 가서 꽝이 나오면 정말정말 화가 났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다가 2시간 뒤에 다시 바이탈을 해보고 그 때도 rate가 불규칙한 것 같고 빠르면 심전도를 찍어보라고 오더했다. 그래도 두시간동안은 인턴샘이 꿀잠을 자기를 바라면서... 

 

#. 인턴샘이 처방을 안내요 ㅜㅜ

병원의 인턴 선생님들은 12월에 과가 확정이 되고, 이후 인턴 점수에 신경을 안 써도 되는 선생님들이 아주 다량 발생하게 된다. 이 때부터 일부 인턴선생님들은 포악해진다 (ㅋㅋㅋㅋㅋ) 

그도 그런것이 인턴은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하는 업무를 배정받고, 의사로서 의미가 있을까 싶은 업무들을 하고, 일주일에 휴게시간 밥먹는시간 다 빼고 net 88시간을 일해야하기 때문에 거의 항상 화가 나있다. 나도 인턴때를 되돌아보면 모든 인턴들이 인턴 업무에 대해, 인턴의 처우에 대해 항상 처지를 비관하며 동병상련하며 병원을 다녔던 것 같다. 

사실 전공의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레지던트가 더 힘든 상황이기는 하다. 환자를 직접 보는 친구들은 챙기고 또 책임질 일들이 많고,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잘 못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턴때는 잡일만 하면 되니까 내 일이 끝나면 잘 퇴근을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앞으로 더 힘들어질 인턴선생님들이기에, 전공의가 되기 전 마지막 횡포를 귀엽게 받아주기로 했다. 내가 콜을 받고 처방내야 할 것들은 인턴선생님에게 미루지 않고 처방을 넣어준다.

#. 내과는 힘들어

당직을 서는 도중 내과 수련을 받고 있는 친구로부터 내과가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하는 전화를 받았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제때 집에 못 가는 것은 기본이며, 항상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또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저년차여서 미숙함이 있는데, 이 때마다 크게 혼나고 또 가끔 중요한 것을 놓쳐서 환자가 안좋아지기도 한다. 항상 책임감과 긴장감 속에서 일해야 하는데 내과 수련을 받고 나와서 장밋빛 미래가 있을까, 라고 하는 친구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해주었다. 나는 정규 근무가 없이 당직만 서는 알바자리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정규까지 다 커버하면서 공부를 지속해야 하는 내과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환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과 선생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환자정보 보호를 위해 가급적 질병명 및 신원을 특정 가능한 정보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응형

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
반응형

코로나가 처음 퍼졌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단순히 접촉되면 2주 격리되어서 쉴 수 있는, 걸리지만 않으면 편히 지낼 수 있는 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병원 내에서 직접적인 접촉자 및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그 대처도 달라졌다. 

3-6월에는 코로나 관련자 및 확진자는 실제로 2주 격리를 매우 철저하게 지켰다. 따라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과는 정말로 2주동안 핵심 의료진이 결여진 상태에서 일을 해야하거나, 아무 것도 못하는 상태에 처해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2주 격리의 지침은 거의 무력화되는 분위기이다. 

8월 즈음부터는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아닌 이상, 코로나 음성이 나올 경우 바로 병원에 나와서 바로 생활을 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그마저도 허술한 것이, 이미 밀접 접촉자와 밀폐된 공간에서 10명 이상이 같이 근무를 하여도 해당 밀접접촉자만 데려가서 검사하고 격리한다. 나머지 사람들도 전수조사를 요청할 법도 한데, 코로나 검사를 해 달라고 해도 해주지 않는다.

모 병원은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된 환자들을 격리하면서, 의료진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아 의료진이 싸워 받아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방역의 구멍들, 허점들이 점점 생겨나는 듯 하다. 

병원 입장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고,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사람들이 입원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니, 경영 입장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 같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냥 조금 쉬어도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말이다. 

사실 코로나 초창기에는 인턴 선생님들은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으나, 이후에는 병동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코로나 검사를 인턴선생님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각 병원에 코로나 병상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라고 병원에서 지침을 내린 뒤, 오히려 코로나 업무로 전공의들이 끌려가서 적절한 수련을 못 받거나, 코로나가 아닌 환자들이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수술 전 모든 환자들이 코찌르기 검사를 당해야 해서, 코로나 검사 양도 많고, x ray도 폐렴 구분을 위하여 3일 이내에 무조건 다시 찍어야 하는 탓에 모든 과의 업무량이 늘었다. 모 병원에서는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던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모든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료진도, 환자도 정말 힘든 시국이다.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 

 

반응형

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
반응형

내년의 인턴 부족 사태를 직감했던 병원들은 재시험 공고가 나기 전까지 각종 일반의 채용 공고를 올렸었다.

인턴 부족과 관련 없이 각종 대형 병원들은 각 과에서 일반의를 많이 채용하고, 나 역시 GP를 대형병원에서 일반의로 지냈다.

3월 레지던트가 되기 전까지, 자리가 빈 모 3차병원의 내과 일반의로서 당직을 서기로 하였고, 혹시라도 일반의를 고려중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경험을 적는다

 

#. DNR (Do not Resuscitate)

암환자를 가족으로 두었거나, 암 환자 등 terminal patient를 본 경험이 있는 꼬마의사 친구들은 DNR을 직접 경험하여 보았거나 받은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인턴 때 산소 포화도 저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기도 삽관이 매우 어려운 환자의 DNI (Do not intubate) 동의서 외에는 받아본 경험이 없다.

요양병원 당직을 서거나 terminal pateient care를 하는 꼬마의사 친구들은 DNR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동의서에 들어가는 항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1.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것인지 2. 기관 삽관 및 인공호흡기 적용을 할 것인지

이 외에도 중환자실(ICU)에 갈 것인지 아니면 승압제 (inotropics)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다.

환자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질 때에 주로 가족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받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전에 가족들에게 이에 대해 설명하고 받아두면 더 좋기는 하다.

중요한 것은 이 경우 환자가 나빠지게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가역적인 원인(reversible cause)에 대한 처치와 검사는 시행하지만, 기저 질환의 악화로 인해서 환자에게 임종 단계가 왔을 때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동의서임을 설명드리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사망선고

"선생님 flat 됐어요" 라고 콜이 온다. DNR 받은 환자에서 심장이 뛰지 않을 때 사망선고를 하러 오라는 소리이다. 당황하지 않고, 덤덤하게 들어가서 ECG, pupil, pulse, 호흡음 청진 후 "ㅇ월 ㅇ일 *시 *분 ***환자 사망하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말하면 된다....

#. Delirium(섬망)

병원 생활을 하다 보면, 환자가 급격한 스트레스 (중환자실 입실, 수술) 아니면 그냥 고령 환자가 병원 생활을 하다가 헛소리를 하고, 이상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짧은 의사 생활이지만, 이럴 때 haloperidol, lorazepam을 주고 환자를 깔아두는 것이 반드시 정석이 아닌 것 같다. V/S이 흔들리면 반드시 가보아야 하고, 특히 HR(심박수)만 뛰면서 환자가 무언가 이상하고 어디가 이상한지 잘 모를 때, 환자를 면밀히 보아야 한다. 나의 경우 이럴 때 환자가 열은 나지 않지만 septic progression(패혈증으로의 이행)이 되고 있는 경우가 두 case 있었다.

다행히 놓치지 않고 환자가 이상해지길래 배를 만져보았고, Rebound tenderness(반동압통)은 확실하지 않지만 배를 만지기만 해도 rigid한 소견이 보여 복부 CT 촬영 및 외과 contact을 하였다. 둘 다 복강내 질환에 의해 복막염이 진행한 case 였고, 한 케이스는 수술장 소견상 기저질환이 되는 장기가 necrotic change(까맣게 썩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되어있었고, 하나는 복막을 열자마자 악취가 나는 초록 액체가 흘러넘쳤다고 한다.

꼭 환자가 열이 나지 않아도 delirious 해지며 HR 변화가 있을 시 metabolic cause에 대해서도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것 같다

#. 내과는 아무나 하는과가 아니다

본래도 비임상과 지망이었고, 레지던트도 비임상과로 가게 되었으나 정말로 내과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밤중에도 20번 이상 전화가 오고, 환자가 나빠지면 새벽에도 보러 가야 하고, 환자가 죽고... 다시 한 번 내과 및 기타 임상과 선생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 내과 일반와 각종 일반의에 대해서

내과를 생각하고 있거나, 임상과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짧은 경험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인 성향 차이겠지만, 사실 일이 힘든 쪽은 내과 일반의인 것 같다. 요양병원 당직이 훨씬 덜 힘들고 돈도 많이 주는 편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환자가 나빠졌을 때 요양병원에서는 혼자 환자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너무 부담스럽다. lab은 커녕 기타 검사를 할 수도 없어서 무조건 전원을 보내야 하고, 배우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3차병원에서 일반의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되돌아보면 일반적인 요양병원 당직보다는 힘들게 살았으나, practice를 배우고 병원의 일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좋았던 것 같다. 또 임상과를 해도 될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반의를 하는 경우 거의 레지던트 1년차 잡을 주는 곳을 선택하는 편이 나으며, 당연히 인턴잡을 해야 하는 곳은 잘 물어봐서 가지 말아야한다.

일반의를 하면서 친구들을 보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일반의 경험을 살려 해당 과에 다시 지원한 친구를 둘 알고있다. 또한 타 병원 아니면 같은 병원에 다시 레지던트로 지원할 때에도,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경력으로 남는다. 따라서 가고 싶은 병원에서 특정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반의를 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면 가고 싶은 과의 일반의를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반의를 하는 것 자체가 특정 과를 가는데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으니 선배에게 상황을 잘 설명드리고 조언을 얻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특정 과에서 일반의로 일하며 다른 과에 지원을 할 때, 일반의로 일하는 과가 지원과와 특성이 비슷하고 교수님들도 서로 잘 알고 지내서 도움이 되는 반면,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일반의로 존버하며 혼자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인턴이 끝난 다음 바로 레지던트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본인에게 가장 좋은 진로 루트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나의 경우 비임상과로 가게 되었으나, 일반의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논문도 쓰고, 학회 참여도 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임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고, 또한 임상적 경험이 있으며 환자를 볼 수 있는 비임상과 의사가 되는 것에 대해 만족감이 있다.

일반의를 생각하는 의사 선생님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반응형

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