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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는 전부 일주일밖에  돌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없으면 하나도  못 보게 되는 대참사가 생기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과는 수술이 가득가득 잡혔다. 

오전에는 백내장 수술만 장장 4개나 보게 되었는데...
나의 감상 후기는 '눈 앞에서 칼이  춤을 춘다'였다.
전신마취를 안 하고 눈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지도 않는다
그냥 소독하고 국소마취만 하고 시작한다 ㅋㅋㅋㅋㅋ
환자분 입장: 어 내눈앞에 교수님과 각종 공구가...
와 겁나 무서울거같은데 다행히 교수님이 실력자셔서 엄청 빨리 잘하신다.

대략 수술중인 모습
눈의 흰자가 퉁퉁부어서 눈을 파묻기도 한다 ㅠㅠ
아, 물론 렌즈가 투명하지 않다!!!

신기했던 건 처음에 마취할 때 결막을 끄집어서 잘라서 약을  넣는다 ㅋㅋㅋㅋ
결막이 피부처럼 딸려 올라올 때 신기했다.
그다음에 절개를 눈 가장자리에 한다!!
교수님이 이 때 자기 메스가 다이아몬드라며 자랑하셨다 ㅋㅋㅋ 진짜인 듯 한데.. 정말 대기만 해도 구멍이 난다. 그냥  대고 누르시기만 한 것 같은데....

그다음에 바늘같은거로 눈 안을 휘젓고,
물을 넣어서 떼고자 하는 층을 분리한 뒤에
수정체를 부순다!!! 이상한 소리가 뾰로롱 뾰로롱 나면서 수정체가 종이처럼 찢어진다. 그러면 미역 건져내듯이 수정체를 건져내고...
ㅋㅋㅋㅋ맞다 수정체 빨아들일때 진짜 진공청소기 소리가 난다 ㅋㅋㅋㅋ 위이이이이이인
간단히 인공렌즈 삽입 후 수술 마무리!!

환자분 입장에서는 눈이 막 안보이고 이물감 느껴지고  엄청 힘드실 것 같았다.
눈이 워낙 작다보니 교수님이 현미경을 보며 수술을 하시는데 어떤 환자분들은 정말 많이 움직이신다.... 근데 움직이시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데 수술이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움직이시는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수술이 10분 이상 지연된다.... 물론 본인의 의지가 아니란 것은 알지만 정말 위험해보였다.

다행히 대학병원에서 하는 백내장 수술은  정말 빠르고 쉽게 성공적으로 끝난다. 처음에는 눈을 찢는 것도 무서워보였는데 다른 수술보다는 피도  덜 나고 덜 징그러운 것 같다.
안과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과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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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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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는 대망의 안과학 실습. 사실 우리가 안과에 가는 이유는 주로 시력검사, 안경이나 렌즈를 맞추기 위해서, 또는 다래끼가 나거나 유행성 결막염이 생겨서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이 빡빡해요 건조해요 등의 이유로 안과에 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사시를 전공하신 분이 매우 열정적이어서 사시를 공부 하는게 필수적이다. 뭐 공부야 좋지만 살다가 안과 전공의가 아니더라도 사시에 대해서 알아 봐야 할 때가 온다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1. 정의
보통 사람은 두 눈이 물체를 똑바로 향하고 있는 정위(orthophoria)이다. 하지만 두 눈의 시선이 한 물체를 똑바로 향하지 못하면 사시 또는 사팔뜨기라고 부른다.
 사시는 사시(heterotropia) 와 사위(heterophoria)로 나뉜다.
사시는 한쪽 눈의 시선이 항상 편위 되어 있어서 두는 보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사위는 두 눈이 융합할 수 있어서 두 눈 보기가 가능하지만, 한쪽 눈을 가리거나, 피곤하거나, 열이 나는 상황 등에서 융합이 약해져서 사시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눈이 코쪽으로 몰리면 내사시(esotropia), 바깥쪽으로 몰리면 외사시(exotropia), 위쪽으로 몰리면 상사시(hypertropia), 아래쪽으로 몰린경우 하사시(hypotropia)라고 한다.

2. 사시 환자에서 문진
- 가족력
- 사시가 시작된 나이(어릴수록 나쁘다)
- 발견 또는 발생상황


3. 검사
1) 시력검사(기본)
2) cover test
작은 시력검사표(시표)를 사용하여 원거리(5-6m), 근거리(30cm)에서 정면과 여섯 가지 방향에 대해서 검사를 시행한다.

- alternate cover test: 시표를 보게 한 다음에 한쪽 눈에 가렸다가 반대쪽 눈으로 옮겨가면서방금 가렸던 눈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다시 원래 가렸던 눈에 가리면서 가려지지 않은 눈을 관찰한다. 두 눈이 움직이지 않아야 정상이고 움직이면 사위 또는 사시이다. 이때 외사시는 눈이 안 쪽으로 이동하고 내사시는 눈이 가 쪽으로 이동한다.





- prism cover test
alternate cover test 시행 할 때 가리지 않은 눈 앞에 프리즘의 놓고, 구의 복귀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프리즘의 도수가 편위각이 된다.

- 히르쉬버그 검사 (Hirschberg test, corneal reflex test)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소아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객관적 검사에 해당한다.
30cm 정도 앞에 있는관점을 주시하게 하고각막 반사 점에 위치를 보는 것이다. 각막 중심에서 1mm때마다 7도의 편위가 있다고 본다. 간편하지만 정확하지 못하여 카파각(angle kappa)보정이 필요하다.

-크림스키 검사 (Krimsky test, prism reflex test)
각막반사 검사와 동일하게 환자에게 광원을 보기 안 뒤에 편위가 되는 눈앞에 프리즘을 놓아서 각막 중심에 반사 점이 오도록 했을 때, 즉 정상이 되었을 때의 각도가 사시각에 해당한다.
이 또한 카파각 보정이 필요하다.

4. 치료
사시 치료의 목적은 시력이 정상발달 하도록 돕는 것이고 눈의 위치를 똑바르게 하여 미관상 정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입체시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 시력은 8세까지 보통 발달 한다고 알려져있고, 가능한 한 빨리 사시를 교정하여서 시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게 도와야 한다.
사시 치료는 비수술적으로는 안경 치료가 많이 쓰이고, 수술로는 외안근 조정 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외안근을 잘라서 이어붙이면 해당 방향으로 눈을 당길 수 있으며, 외안근을 잘라서 더 멀리 붙이면 해당 방향으로 눈 당김이 적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결국 수술은 개인의 편위각에 맞추어서 이루어지게 된다.

출처
안과학 1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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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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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수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므로 정형외과 스케줄도 수술이 가장 적은 단 한사람에 걸렸다 ㅋㅋㅋ
그치만 오늘 하루 수술을 본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껴서 글을 남긴다.

오늘 참관 했던 수술은 ganglion cyst 절제 수술이랑 device removal, foreign body removal, 그리고 대망의 closed reduction and internal fixation!!

나는 정형외과 엑스레이 사진을 볼 때 골절 환자는 핀을 박아서 고정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핀을 박는지 궁금해 만도 한데 한 번도 핀은 어떻게 받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딱딱한 뼈를 뚫으려면 최소한 드릴이나 망치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핀을 박은 모습

그리고 open reduction 처럼 뼈를 아예 노출하고 맞추고 고정하는 것이면 몰라도 closed reduction은 상상이 안 갔다.

차이점이 있다면 closed reduction은 skin incision을 안넣고 그냥 드릴로 뚫는 것 같았다. C arm 으로 보면서 두 뼈 사이에 드릴로 핀을 박아서 골절된 뼈들을 고정한다. 이때 수술방에 마치 스케일링을 받을 때 나는 소리에 한 열 때 쯤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은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핀을 박은 다음에는 바깥에서 핀을 구부린다. 이때 갖가지 공구가 사용된다. 정형외과 의사가 목수로 보이는 시점이다. 구부러진 핀 위에 고무 같은 것으로 마감을 하고 뼈를 움직이지 않도록 스플린트를 대어 준다.

거의 수술이 끝났을 때 정형외과 선생님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나는 비위가 좋지 않은 편이어서 선생님께 수술을 많이 보면 비위가 좋아지는지 물어봤다. 다른 수업보다 더 정형외과 수업에서 유독 잔인한 사진을 많이 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답변은 정말 웃겼다. 선생님은 "수술을 본다고 비위가 왜 좋아져?" 라고 반문 하셨다. 그 때는 선생님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냥 비위가 약한 사람은 끝까지 약한 거다.

정형외과 수업 시간에 앞자리에서 너무 끔찍한 나머지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자 교수님께 크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해부학 시간에도 뼈를 자를 때 전기톱을 쓰게 되는데 무서워서 저 멀리 도망가니까 해부학 기사님께 혼이 났었다. 생각해보면 여기 있는 아이들은 나처럼 잔인한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잘 볼 수 있는게 의사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래도 환자를 보는과는 못 할 것 같다.

오늘 느낀점 : 다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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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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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실습의 마지막 날,
원래는 케이스를 받으면 모범적으로 매일매일 환자를 찾으러 가는게 맞지만... 나는 환자파악이 도저히 안되기도 하고 매일 여러 핑계를 대다가 결국 마지막날 나의 케이스 환자를 보게 되었다.

내 케이스 환자는 외상으로 두개내 출혈이 있고 나서 계속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상태였다.
뇌출혈이 생기면 (경색이 생겨도) 뇌세포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손상 이후 점점 세포가 부어오르게 되고, 뇌는 단단한 두개골 내에 자리잡고 있어서 부으면 뇌압이 올라가다가 뇌탈출 (brain herniation)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방적으로 두개골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게 된다. 내 환자도 딱 이 케이스였다. 나는 한 번도 두개골 절제를 한 환자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craniectomy 관련 구글 이미지)

마침 나와 같이 실습을 도는 언니도 craniectomy (두개골 절제술) 환자를 보고싶어해서 나와 같이 중환자실에 가게 되었다. 전산상으로만 보던 환자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환자는 그물망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두개골을 절제하면 머리가 푹 꺼질 거라고 예상을 해서인지 머리의 부피가 정상으로 보이는 환자가 내 환자가 맞는지 싶었다. 같이 간 언니도 머리가 너무 멀쩡해보여서 두개골 절제를 받은 환자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래서 환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이마에서 박동이 관찰되었다. 정상인이라면 뼈가 감싸고 있어서 박동이 보이지 않아야 할 곳에 상피만 있기 때문에 혈액의 박동이 그대로 보여졌다. 또한 혼자는 뇌출혈로 뇌가 부어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언니와 나는 둘 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자는 중환자실에 오래 있으면서 여러 번 감염을 겪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장갑을 끼고 환자의 머리를 만져 보았다. 물컹. 나는 정말 두부같은 뇌를 만져보닸다는 사실에 기뻤고 언니는 너무 신이 났는지 중환자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나와 언니는 신이나서 둘다 킬킬대며 조용히 웃었다.

난생 처음 두개골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만져본 언니와 나는 신이 나서 나머지 케이스도 열심히 신체검진을 시작하였다. 바빈스키 사인, DTR, pupil light reflex, corneal reflex 등을 열심히 시행하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감염주의 환자이니 가운을 입으라 하셨다.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중환자실에서 학생은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입던 비닐 가운을 입으면서 언니와 나는 더없이 신나했다. 또 중환자실에서 바빈스키 검사를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서 설압자를 찾으러 중환자실을 모험하듯 누볐다. 마지막으로 손을 씻고 나오면서 언니와 나는 큰 모험을 한 것 같았다. "와 신기하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언니랑 돌면서 머리뼈가 없는 뇌를 만져보고 신기해하던 순간이 참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행복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행복을 찾는 공간이 너무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질적'이라는건, 행복과 공존하기에 너무 이질적인 공간. 많은 환자들이 불의의 사고 이후에 집으로 가지 못하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몇십 일을 보내다 가는, 그런 우울한 공간. 나와 언니는 뼈가 없어서 물컹물컹한 뇌를 만지고 신기해했고, 좋아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깨어나지 못하는 환자분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울함이 가득한이 환경속에서도 결국 나는 어떻게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참 이상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병으로 또 고통으로 학구적 즐거움을 충족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마주치며 젊음과 건강의 기쁨에 대해 여러번 생각하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머리뼈가 없는 머리때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약품 냄새가 가득하고 생명의 파동이 멈춘 중환자실에서 우리는 생명이 넘쳐서, 젊어서,  아름다워서, 그래서 행복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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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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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외래나 입원 (폐쇄병동)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폐쇄병동은 MRI 비용 빼고 한달에 18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료비, 밥, 약, 검사비, 활동비 모두 포함이다. 하루 5-6만원 선인 것 같다.

외래는 접수비 따로, 상담비만 3-5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오래 할 경우 intensive therapy로 더 높은 수준의 상담료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대할 수 있는 상담 시간은 5-15분 정도이다.

 

저번 포스트에서는 폐쇄병동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는데 오늘은 그냥 실습 의대생들의 일상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도대체 의대생들은 거기서 무슨일들을 할까 싶은데 우리가 묻고 싶다. 우리도 할 게 없다.

환자도 심심하고 우리도 심심하고 아무것도 못들고 들어가고 책도 맘대로 못보고... (뭐든지 환자랑 같이 하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뭐든 환자랑 같이 해야 안 혼나므로 환자에게 게임을 가르치거나 환자와 수다를 떠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끔 피해망상을 가진 환자를 만나면 별 말을 안 했는데도 언성이 높아지고 매우 불편하므로.... 그냥 테레비전을 보자고 해서 옆에만 있어도 된다고 하면 오히려 고맙다.

실습생들이 하는 일정은 아침의 체조로 시작한다. 체조를 외워가서 (중딩때 열심히 한 새천년 체조...) 환자분들과 같이 20분간 체조를 한다. 그 뒤에는 병동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몸으로 제압해주시는 역할을 하는 보호사님이 티타임을 주도해주신다. 티타임을 할 때 우리의 역할은 티가 너무 뜨겁지 않게 커피를 타고 얼음을 넣어서 환자가 안전하게 먹도록 관찰하는 것이다. 일부 정신병 약물은 부작용으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잘 입을 못 움직이거나 손을 잘 못 쓰고, 잘 걷지 못하기도 한다. 

그 뒤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로 할 일이 없다. 하지만 몇몇 요일에는 다행히 치료사님들이 와서 음악 치료, 미술 치료 등을 진행해 주신다. 이 때는 너무 고맙다... 

아래는 오늘 미술 치료 시간에 그린 그림이다. 보통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누가 떠오르는지 등을 물어본다. 

폐쇄병동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이다 (학생으로서). 개방 병동의 환자를 맡아서 찾아가거나, 외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외래는 예진이 있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데, 내려가면 초진 환자가 교수님을 뵈러 가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때 교수님들이 한 번에 환자의 히스토리, 어떤 병인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잘 차트를 작성해 주어야 하며, 우리의 차트가 의료 전산에 올라간다. 

참고로 외래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정신과에서는 외래 접수하는 데만 접수비가 들어가고, 교수님과 상담을 하게 되면 3만-5만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후에 뭔가 엄청 오래 걸리는 심리검사? 신경인지기능검사 그런거를 처방하는데 60만원이  초과해서 못 하는 환자도 종종 보았다.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면, 초진 환자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은 오랜 기간 이루어지기 힘들고, 길어봤자 10분이다. 정신과는 본인의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으러 가는 곳이기보다는 증상을 호소하고, 약을 타는 곳이 더 적합한 설명 같다. 왜냐하면 정신과는 신경 호르몬의 작용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정신 병리를 설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도 약을 먹으면 정말 급격하게 좋아지고, 환자들도 ‘왜 제가 죽을 생각을 했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해서 잘 치료되는 환자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아, 학생들이 외래에서 하는 일 중에 MMSE 라고 치매 선별검사도 하기도 한다. 기억력이 떨어지신 분들에게 간단한 검사를 시행한다.

대학 병원에 가면 학생이 무언가 큰 일을 하고 환자들이 학생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대학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중요한 그 어느 것도 학생에게 시키지 않는다. 해봤자 초진 환자 히스토리 정도, 그게 가장 큰 일일 것이다. 심지어 방도 안 주면서 신체 검진을 하라고 해서 청진을 바깥에서 서서 한 적도 있기도 하다. 다만 정신과의 문제가 아니라 내과가 워낙 바쁘고 환자가 많다 보니 그렇다.

그리고 학생들이 하는 초진은 우리학교의 정신과 이외에는 사실 대부분 의무 기록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거의 모든 병원에서 학생들이 의무 기록에 개입할 확률은 5% 미만이고, 만약 개입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과는 다른 과와는 특성이 많이 달라서, 매우 특별한 것 같다. 현대판 무당이 있다면, 아마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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