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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외래에는 어떤 환자가 올지 궁금했다. 그러나 미용, 성형등을 상담하러 대학병원 성형외과에 방문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성형외과에서는 나의 마음, 담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피부 조직이 한 눈에 보아도 정상 조직이 아니고, 죽어가는 조직임을 알 수 있는 병변을 가지고 환자가 들어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걸 살릴 수 있을까요?'라고 울며 애걸복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환자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교수님은 오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죄송한 눈으로 환자를 바라보았다. 변형이 된 채로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검은 조직을, 젊은 교수님은 맨손으로 만졌고 환자는 무의미하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요'라고 이야기했다. 환자는 매우 젊은 나이대였고, 사고 이후 치료를 받았지만 충분치 않아서 병변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마치 잉여 조직인 양, 삶의 흔적을 담은 검은 조직이 환자와 함께 있었고 교수님은 그저 죽은 살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방에 있는 사람들은 환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오직 절단뿐임을 알았지만, 환자와 대면하는 15분간의 시간동안 절단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우선 여기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죠. 저는 기능을 회복하는데 일단 관심이 많습니다."

성형외과 교수님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에 명의는 많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는 없다. 성형외과도 그렇다. 죽은 조직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몸에서 다른 조직을 떼어다가 결손이 있는 곳을 봉합한다. 환자가 덜 불편하도록, 자신감을 더욱 가지고 살아가도록, 성형외과 선생님들은 '미용'이라는 목적 이외에도 환자의 삶을 '재건'하고 있었다.

젊은 환자가 나가고 나서 우울하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절망적이지만, 환자에게 절단을 절대 언급하지 않던 교수님, 할 수 있는한 최대한 살려보고 싶다며 혈관 조영 검사를 제안한 교수님, 거의 죽은 조직인 환자의 조직을 맨손으로 쓰다듬어주신 교수님.

지금 가장 절망적일 것이고, 절망을 안고 살아갈 젊은 환자를 위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여러 병을 다루는 병원에서도, 어떻게 보면 가장 절망적이고 끔찍한 상처를 다루는 교수님이지만 밝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히 예뻐지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로 희망과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와 내면을 '재건'해주는 존경스러운 성형외과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깨닳았다.

성형외과는 정말 매력적인 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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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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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외래나 입원 (폐쇄병동)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폐쇄병동은 MRI 비용 빼고 한달에 18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료비, 밥, 약, 검사비, 활동비 모두 포함이다. 하루 5-6만원 선인 것 같다.

외래는 접수비 따로, 상담비만 3-5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오래 할 경우 intensive therapy로 더 높은 수준의 상담료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대할 수 있는 상담 시간은 5-15분 정도이다.

 

저번 포스트에서는 폐쇄병동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는데 오늘은 그냥 실습 의대생들의 일상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도대체 의대생들은 거기서 무슨일들을 할까 싶은데 우리가 묻고 싶다. 우리도 할 게 없다.

환자도 심심하고 우리도 심심하고 아무것도 못들고 들어가고 책도 맘대로 못보고... (뭐든지 환자랑 같이 하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뭐든 환자랑 같이 해야 안 혼나므로 환자에게 게임을 가르치거나 환자와 수다를 떠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끔 피해망상을 가진 환자를 만나면 별 말을 안 했는데도 언성이 높아지고 매우 불편하므로.... 그냥 테레비전을 보자고 해서 옆에만 있어도 된다고 하면 오히려 고맙다.

실습생들이 하는 일정은 아침의 체조로 시작한다. 체조를 외워가서 (중딩때 열심히 한 새천년 체조...) 환자분들과 같이 20분간 체조를 한다. 그 뒤에는 병동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몸으로 제압해주시는 역할을 하는 보호사님이 티타임을 주도해주신다. 티타임을 할 때 우리의 역할은 티가 너무 뜨겁지 않게 커피를 타고 얼음을 넣어서 환자가 안전하게 먹도록 관찰하는 것이다. 일부 정신병 약물은 부작용으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잘 입을 못 움직이거나 손을 잘 못 쓰고, 잘 걷지 못하기도 한다. 

그 뒤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로 할 일이 없다. 하지만 몇몇 요일에는 다행히 치료사님들이 와서 음악 치료, 미술 치료 등을 진행해 주신다. 이 때는 너무 고맙다... 

아래는 오늘 미술 치료 시간에 그린 그림이다. 보통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누가 떠오르는지 등을 물어본다. 

폐쇄병동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이다 (학생으로서). 개방 병동의 환자를 맡아서 찾아가거나, 외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외래는 예진이 있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데, 내려가면 초진 환자가 교수님을 뵈러 가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때 교수님들이 한 번에 환자의 히스토리, 어떤 병인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잘 차트를 작성해 주어야 하며, 우리의 차트가 의료 전산에 올라간다. 

참고로 외래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정신과에서는 외래 접수하는 데만 접수비가 들어가고, 교수님과 상담을 하게 되면 3만-5만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후에 뭔가 엄청 오래 걸리는 심리검사? 신경인지기능검사 그런거를 처방하는데 60만원이  초과해서 못 하는 환자도 종종 보았다.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면, 초진 환자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은 오랜 기간 이루어지기 힘들고, 길어봤자 10분이다. 정신과는 본인의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으러 가는 곳이기보다는 증상을 호소하고, 약을 타는 곳이 더 적합한 설명 같다. 왜냐하면 정신과는 신경 호르몬의 작용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정신 병리를 설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도 약을 먹으면 정말 급격하게 좋아지고, 환자들도 ‘왜 제가 죽을 생각을 했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해서 잘 치료되는 환자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아, 학생들이 외래에서 하는 일 중에 MMSE 라고 치매 선별검사도 하기도 한다. 기억력이 떨어지신 분들에게 간단한 검사를 시행한다.

대학 병원에 가면 학생이 무언가 큰 일을 하고 환자들이 학생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대학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중요한 그 어느 것도 학생에게 시키지 않는다. 해봤자 초진 환자 히스토리 정도, 그게 가장 큰 일일 것이다. 심지어 방도 안 주면서 신체 검진을 하라고 해서 청진을 바깥에서 서서 한 적도 있기도 하다. 다만 정신과의 문제가 아니라 내과가 워낙 바쁘고 환자가 많다 보니 그렇다.

그리고 학생들이 하는 초진은 우리학교의 정신과 이외에는 사실 대부분 의무 기록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거의 모든 병원에서 학생들이 의무 기록에 개입할 확률은 5% 미만이고, 만약 개입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과는 다른 과와는 특성이 많이 달라서, 매우 특별한 것 같다. 현대판 무당이 있다면, 아마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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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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