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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외래나 입원 (폐쇄병동)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폐쇄병동은 MRI 비용 빼고 한달에 18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료비, 밥, 약, 검사비, 활동비 모두 포함이다. 하루 5-6만원 선인 것 같다.

외래는 접수비 따로, 상담비만 3-5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오래 할 경우 intensive therapy로 더 높은 수준의 상담료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기대할 수 있는 상담 시간은 5-15분 정도이다.

 

저번 포스트에서는 폐쇄병동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는데 오늘은 그냥 실습 의대생들의 일상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도대체 의대생들은 거기서 무슨일들을 할까 싶은데 우리가 묻고 싶다. 우리도 할 게 없다.

환자도 심심하고 우리도 심심하고 아무것도 못들고 들어가고 책도 맘대로 못보고... (뭐든지 환자랑 같이 하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뭐든 환자랑 같이 해야 안 혼나므로 환자에게 게임을 가르치거나 환자와 수다를 떠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끔 피해망상을 가진 환자를 만나면 별 말을 안 했는데도 언성이 높아지고 매우 불편하므로.... 그냥 테레비전을 보자고 해서 옆에만 있어도 된다고 하면 오히려 고맙다.

실습생들이 하는 일정은 아침의 체조로 시작한다. 체조를 외워가서 (중딩때 열심히 한 새천년 체조...) 환자분들과 같이 20분간 체조를 한다. 그 뒤에는 병동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몸으로 제압해주시는 역할을 하는 보호사님이 티타임을 주도해주신다. 티타임을 할 때 우리의 역할은 티가 너무 뜨겁지 않게 커피를 타고 얼음을 넣어서 환자가 안전하게 먹도록 관찰하는 것이다. 일부 정신병 약물은 부작용으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잘 입을 못 움직이거나 손을 잘 못 쓰고, 잘 걷지 못하기도 한다. 

그 뒤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로 할 일이 없다. 하지만 몇몇 요일에는 다행히 치료사님들이 와서 음악 치료, 미술 치료 등을 진행해 주신다. 이 때는 너무 고맙다... 

아래는 오늘 미술 치료 시간에 그린 그림이다. 보통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누가 떠오르는지 등을 물어본다. 

폐쇄병동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이다 (학생으로서). 개방 병동의 환자를 맡아서 찾아가거나, 외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외래는 예진이 있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데, 내려가면 초진 환자가 교수님을 뵈러 가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때 교수님들이 한 번에 환자의 히스토리, 어떤 병인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잘 차트를 작성해 주어야 하며, 우리의 차트가 의료 전산에 올라간다. 

참고로 외래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정신과에서는 외래 접수하는 데만 접수비가 들어가고, 교수님과 상담을 하게 되면 3만-5만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후에 뭔가 엄청 오래 걸리는 심리검사? 신경인지기능검사 그런거를 처방하는데 60만원이  초과해서 못 하는 환자도 종종 보았다. 정신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면, 초진 환자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은 오랜 기간 이루어지기 힘들고, 길어봤자 10분이다. 정신과는 본인의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으러 가는 곳이기보다는 증상을 호소하고, 약을 타는 곳이 더 적합한 설명 같다. 왜냐하면 정신과는 신경 호르몬의 작용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정신 병리를 설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도 약을 먹으면 정말 급격하게 좋아지고, 환자들도 ‘왜 제가 죽을 생각을 했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해서 잘 치료되는 환자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아, 학생들이 외래에서 하는 일 중에 MMSE 라고 치매 선별검사도 하기도 한다. 기억력이 떨어지신 분들에게 간단한 검사를 시행한다.

대학 병원에 가면 학생이 무언가 큰 일을 하고 환자들이 학생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대학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중요한 그 어느 것도 학생에게 시키지 않는다. 해봤자 초진 환자 히스토리 정도, 그게 가장 큰 일일 것이다. 심지어 방도 안 주면서 신체 검진을 하라고 해서 청진을 바깥에서 서서 한 적도 있기도 하다. 다만 정신과의 문제가 아니라 내과가 워낙 바쁘고 환자가 많다 보니 그렇다.

그리고 학생들이 하는 초진은 우리학교의 정신과 이외에는 사실 대부분 의무 기록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거의 모든 병원에서 학생들이 의무 기록에 개입할 확률은 5% 미만이고, 만약 개입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과는 다른 과와는 특성이 많이 달라서, 매우 특별한 것 같다. 현대판 무당이 있다면, 아마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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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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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학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정신과는 평생 가보지 않거나 아마 치매에 걸리면 갈...아니면 혹여나 우울증이 생기면 갈 곳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웬걸, 의대 실습에서 정신과는 메이저로 취급되고, 반드시 4주를 돌아야 하며 (우리 학교의 경우), 그리고 폐쇄병동에 갇혀 있어야 한다.

정신과에 와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폐쇄병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는 폐쇄병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폐쇄병동이 무서웠다. 뭔가 영화에나 나올것만 같은? 정말 무서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정신과 폐쇄병동 안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한 할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

환자는 물론 의대 실습생들도 핸드폰을 포함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 물론 티비는 볼 수 있는데 나는 평소 티비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환자들과 할 게임을 가져다 두었는데, 게임을 할 정도로 멀쩡한 환자들은 금방 퇴원해 버려서 결국 우리끼리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혼나곤 한다.

 

물론...가끔씩 어떠한 이유로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가 있으면 정말 무섭다. 벽을 차고, 보호 요원들이 와서 환자를 둘러싸는데, 여자 환자가 아니고 건장한 남자 환자가 싸움을 걸 경우 정말... 무섭다. 그냥...진짜 엄청 무섭다. 쿵쿵소리나고 뒤집고 몸부림치고...

 

그러나 그렇게 난리를 친 환자는 '보호실'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는데, 어떤 곳이냐면 정말 방안에 혼자밖에 없고 침대에 묶여 있어야 한다. 나중에 보호실에서 나온 환자의 말을 들어보았는데, 정말 무섭고 움직일수도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한다. 옆으로 돌아눕고 싶어도 돌아 누울 수 없고,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환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신이 입원했던 기억을 미화하거나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취급하고, 마치 약을 먹어서 본인이 여기에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일종의 합리화라고 생각이 드는데, 본인이 보호실에 들어간 이유도 약기운에 쩔어서 라고 설명한다. (음 그치만...환자분...입원당시에..읍읍)

생각보다,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들은 많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젊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 더 그렇다. 앞으로 즐겁게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것은 모종의 사회적 우울증인지, 누군가를 패배자로 몰아넣는 사회적 분위기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개성있고 사연있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면 그사람들이 정말 '미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진 가정 환경에서, 욕심과 현실이 충돌하며, 힘들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더욱 큰 일이 닥친다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일시적으로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힘든 삶을 살아오셨고, 환자분의 인생에 비추어 나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 누구도, 인생이 드라마가 아닌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는 환자분과 함께 무드 그래프, 즉 인생의 특정 시기에 나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그려보았는데, 정말 다이나믹하게, 다양한 자극과 함께, 많은 이벤트와 함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이 있고 많은 것을 느끼는 삶은, 그걸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다.

 

어느날 환자분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실습생들을 환자와 같이 두는 것은 너무한 일이 아니냐고. 그렇지만, 나는 환자분과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정신과 폐쇄병동은, 가끔은 무섭지만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무서운 곳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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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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