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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 편한 응급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환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몰리는 시간대가 아니면 대부분은 폰을 보거나 마음만 먹으면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
응급실에서 인턴의 잡은 환자가 오면 초진을 하고 초기 처방을 내는 것이다 (대부분 기초적 피검사, 영상검사, 수액 처방이다)
대부분의 초기 처방은 인계받은 대로 하면 되고 나의 굳은 지식을 시험할 기회가 많이 있어 일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인턴이 곤혹스러운 경우는 간혹 힘든 환자분들을 만날 때이다....
# 내가 제일 아파
응급실의 기본은 진짜 아픈 환자는 의식에 없거나 기본적 생체 징후가 (특히 혈압과 맥박)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실려온다.
주로 자기가 제일 아프다고 소리지르는 환자는 스스로 본인이 가장 안아픈 환자임을 모르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간혹 "감기기운 있으니까 검사 필요없고 빨리 수액이나 놔주세요!" 라고 오는데......한가한 날이면 다행이지만 정말 응급 환자가 많아서 진료가 늦어진다고 설명하면 "아니 응급실인데 바로 처치가 안돼요??" 라고 소리부터 치는 환자가 오기도 한다. 의료진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서비스직에 종사중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도 안타까운 순간은 있다. 외상 환자는 정말 아프고 아무리 심하게 다쳤어도 생명에 지장이 될만한 출혈이나 감염 등이 없으면 최하위 우선순위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아가씨!
ㅋㅋㅋㅋㅋㅋㅋㅋ 믿기지 않지만 저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것은 실제상황이다!!!! 큰병원에서 일할 때는 아가씨 아니라고 큰소리 쳤었지만...현재 배정된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 아무도 싸우지 않는다. 아가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달려간다...
# 나 응급실이야!
응급실에 아무리 급한 환자가 와도 환자를 제대로 평가한 후에 안전하게 처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사고 기전, 아프게 된 경유를 물어보고 과거에 진단받은 병, 복용 약을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그러나 응급실에 와서 의료진이 묻는 말에 대답하기보다는 대뜸 전화를 걸어서 주변 모두에게 자신이 응급실임을 알리느라 바쁜 사람들이 있다.... 정말 치료를 받으러 온건지 응급 환자가 되고 싶어서 응급실에 온것인지 알수없다
# 진통제부터 놔주세요!
아픈 사람한테 이것저것 물어본다고 불평불만이 많은 환자들이 있다. 100번 이해한다고 쳐도 약물 상호작용, 환자의 상황 평가, 알레르기 확인도 안하고 약 쓰다가 잘못돼도 결과를 수용하실지는 의문이다.
# Drunken
말이 필요없다. 정말 많이 마신 사람은 의식이 없이 온몸에 토를 묻히고 온다. 물론 토만했고 다치지 않았으면 다행인 편이다. 어딘가 깨지고 부러져서 오면... ㅠㅠ 술은 인류의 재앙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술이 적당히 취한 사람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정맥주사 라인을 뽑고 나가려고 한다 ㅋㅋㅋㅋㅋ 자신은 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혼란스러운 응급실의 BGM을 담당하시는 분들이다.
그래도 이곳은 그나마 한적하고 평화로운 응급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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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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