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학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정신과는 평생 가보지 않거나 아마 치매에 걸리면 갈...아니면 혹여나 우울증이 생기면 갈 곳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웬걸, 의대 실습에서 정신과는 메이저로 취급되고, 반드시 4주를 돌아야 하며 (우리 학교의 경우), 그리고 폐쇄병동에 갇혀 있어야 한다.
정신과에 와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폐쇄병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는 폐쇄병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폐쇄병동이 무서웠다. 뭔가 영화에나 나올것만 같은? 정말 무서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정신과 폐쇄병동 안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한 할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
환자는 물론 의대 실습생들도 핸드폰을 포함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 물론 티비는 볼 수 있는데 나는 평소 티비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환자들과 할 게임을 가져다 두었는데, 게임을 할 정도로 멀쩡한 환자들은 금방 퇴원해 버려서 결국 우리끼리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혼나곤 한다.
물론...가끔씩 어떠한 이유로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가 있으면 정말 무섭다. 벽을 차고, 보호 요원들이 와서 환자를 둘러싸는데, 여자 환자가 아니고 건장한 남자 환자가 싸움을 걸 경우 정말... 무섭다. 그냥...진짜 엄청 무섭다. 쿵쿵소리나고 뒤집고 몸부림치고...
그러나 그렇게 난리를 친 환자는 '보호실'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는데, 어떤 곳이냐면 정말 방안에 혼자밖에 없고 침대에 묶여 있어야 한다. 나중에 보호실에서 나온 환자의 말을 들어보았는데, 정말 무섭고 움직일수도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한다. 옆으로 돌아눕고 싶어도 돌아 누울 수 없고,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환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신이 입원했던 기억을 미화하거나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취급하고, 마치 약을 먹어서 본인이 여기에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일종의 합리화라고 생각이 드는데, 본인이 보호실에 들어간 이유도 약기운에 쩔어서 라고 설명한다. (음 그치만...환자분...입원당시에..읍읍)
생각보다,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들은 많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젊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 더 그렇다. 앞으로 즐겁게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것은 모종의 사회적 우울증인지, 누군가를 패배자로 몰아넣는 사회적 분위기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개성있고 사연있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면 그사람들이 정말 '미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진 가정 환경에서, 욕심과 현실이 충돌하며, 힘들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더욱 큰 일이 닥친다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일시적으로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힘든 삶을 살아오셨고, 환자분의 인생에 비추어 나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 누구도, 인생이 드라마가 아닌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는 환자분과 함께 무드 그래프, 즉 인생의 특정 시기에 나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그려보았는데, 정말 다이나믹하게, 다양한 자극과 함께, 많은 이벤트와 함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이 있고 많은 것을 느끼는 삶은, 그걸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다.
어느날 환자분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실습생들을 환자와 같이 두는 것은 너무한 일이 아니냐고. 그렇지만, 나는 환자분과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정신과 폐쇄병동은, 가끔은 무섭지만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무서운 곳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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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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