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의사가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그리고 의대생 친구들에게 어떻게 생각될지는 모르겠지만
첫날의 기억은 ‘내가 이러고도 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드는 하루였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좋은 병원 인턴이 되었고, 시스템도 훌륭하고 간호사 선생님들 및 교육도 너무 훌륭하지만
막상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처방이나 간단한 소독(드레싱)조차 제대로 못 해서 업무가 어마어마하게 밀려있는 나를 보며
내가 이러고도 의사라고 할 수 있나,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시험만 잘 본다고, 공부만 잘 한다고 좋은 의사가 될 수는 없나보다.
똑같은 처치를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 경험을 주는 것, 제 시간내에 일을 끝내는 것
무엇보다도 자기 체력과 기분 관리를 하여 동료 및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토록 중요할줄은 몰랐다.
또 최대 36시간의 연속 근무를 지속하며 나의 템포 관리를 잘 하는 것, 짜투리 시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여유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
자기관리에 서툴렀고 그저 떠먹여주는 공부만 했던 나에게, 말단 의사로서의 삶은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그치만 생각보다 그렇게 자괴감만 드는 편은 아니다.
학생 때는 멀찍이서 선생님들이 하는 처치를 보면서 아무 것도 못 하는 나에 대한 자괴감이 컸는데,
이제는 명찰도 있고 직분이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첫날에는 사실 ‘이게 뭐지? 이렇게 하는 게 맞는건가?’라는 마음으로 일했지만
입원하신 분 한 분 한분을 알게되고, 간호사 선생님들 얼굴도 익숙해지고, 자기 파트 일도 아닌데 나를 도와주는 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동기분들과 함께하면서 자신감이 상승하고 있다 ㅋㅋㅋ
그리고 별 것 아닌 설명이지만 나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환자분들 한분한분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뿐이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이제 10일이 지나고 나서야 예전에 공부했던 신경외과 강의록을 펼쳐보고 있다.
인턴 업무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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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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