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병원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인턴 의사의 업무를 나열해 보겠다.
의대는 6년 의전원은 4년의 힘든 공부를 마치고 무언가 내가 임상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 아주 큰 오해..... (오히려 결정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1. 드레싱 (소독)
붕대를 제대로 못 감으면 (특히 전문간호사보다 못 감으면)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엄청난 원성을 들을 수 있다. 피부에 달라붙은 반창고를 뗄 때 환자가 매우 아파한다...
2. 처방
절대 내 자의로 처방을 내는 것이 아니고 처방 메세지가 날아오면 그대로 처방한다. 그대로 처방 안해주면 간호사쌤에게 전화가 온다. 가끔 이 처방은 누가 내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주치의 선생님? 교수님? 사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자의로 판단하고 넣어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처방할 수밖에. 이런 식이면 간호사 선생님께 아이디를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ㅋㅋㅋㅋㅋ
한번은 아이에게 투여하는 진정제가 성인의 표준 양보다 두 배 이상 오더가 들어가 있길래 "이거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선생님, 판단은 우리가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넹
+언젠가 한번 바셀린 응급 처방이 들어왔다며 동기가 엄청 웃은 적 있다. 올리브영에 뛰어갔다 오는 것이 빠를 것 같은데 말이지...
3. 소변 빼주기
정말 이것 때문에 잠에서 깨면 자괴감이 말이 아니다. 소변을 어떻게 빼냐면...말그대로 요도에 소변줄을 넣어서 수동으로 빼는 것이다 (NOOOOOO)
영구적으로 넣는 소변줄의 모식도는 아래와 같고, 그냥 빼달라 할때는 관을 넣어서 소변을 빼고 관을 뺀 후 끝이다.
이걸 처음 접하는 환자들의 반응은 ... 놀라움 + 고통에 가까울 것 같다.
도대체 이 일을 왜 해야하냐 (왜 소변을 못 보냐) 라고 묻는다면... 수술 하고 일시적으로 안 나오시는 분도 있고 아니면 나이드신 분이고 원래 전립선 비대가 있었는데 병원 와서 수수랗고 나서 더 안나오는 분도 있고... 하여튼 건강한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기는 하다.
가장 짜증나는 점은 우리는 정규(월화수목금)가 있고 당직이 있는데, 평일에 당직을 하는 경우 정규(아침부터 저녁) + 당직(저녁부터 새벽) + 정규 (아침부터 저녁) 스케쥴을 소화해야만 쉴 수 있다 (총 34-46시간) 그래서 다음날 정규를 생각하면 어찌어찌 1시간이라도 자야 하는데... 자려고 숙소에 들어가는 순간 환자 소변을 빼야 한다는 전화가 온다 (새벽 4시에도 이 전화는 온다 ㅠㅠ....)
이렇게 새벽 시간에 소변을 빼러 가면 환자도 보호자도 자고 있고 환자는 자는 상태에서 혼자 외롭게 환자의 소변을 빼게 되는데 이보다 자괴감이 들 수 없다. 차라리 소변을 정말 못봐서 죽을똥 말똥 깨있으면 내가 정말 환자에게 필요한 일을 하러 왔구나 생각이라도 들지만... 하.....
환자가 화장실을 스스로 갈 수 있는 것은 인턴 의사에게는 축복이다.
4. 콧줄 (L-tube)
어떤 이유로 식사를 못 하거나 몸에 가득찬 가스를 빼야 하는 환자들은 코부터 위로 들어가는 줄을 넣게 되는데... 여러번 넣어본 환자들은 잘 하지만 처음 넣어본 환자는 구역질을 심하게 한다. 어떤 일이든 환자가 괴로워하면 보는 나도 괴롭다.
5. 동의서
수술 동의서같은 엄청난 것은 우리가 절대 받지 않는다. 우리가 받는 것은 CT, MRI 정도...
사실 큰 병원 신경외과의 경우, 다른 병원에서 이미 영상 검사를 하였고, 우리 병원에 와서 다시 검사를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찍어본 기왕력이 있다.
우리는 하루에 많게는 4-50개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30초컷으로 동의서를 받게 된다.
"환자분~ 언제언제 검사 잡혀있어요. 이 검사 해보셨죠? 똑같이 진행되고, 사인해주시면 되세요."
그리고 사인 하시는 동안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열심히 설명....
동의서가 엄청나게 쌓이면 우리끼리 '동의서 라운딩'이라는 것을 열심히 돌게 된다. 층 안에 있는 환자들에게 여러개의 동의서를 받게 되고, 약 30개정도의 동의서를 40분안에 해치우면 이제 동의서 고인물로 불릴 수 있다.
6. 수술방
나는 지금 수술과를 돌고 있기 때문에 수술 준비를 돕는다. 환자 심장과 폐에 문제는 없는지 정말정말 간단한 검사를 하고 (EKG CXR) 기타 동의서를 챙긴다. 마지막으로 수술 당일날 수술방 검체까지 챙기게 된다. 수술방 검체가 나오면 이를 접수하는 것도 인턴의 몫이다.
사실 수술과는 수술이 제일 중요하고 병동은 뒷전이므로 수술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엄청난 잔소리(?!)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수술방 전문간호사쌤이 퇴근하게 되면(가지마요 쌤...) 수술방에서 보조를 서는데,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눈총을 받다가 도리어 해가 되어서(contamination!) 쫓겨난 적이 있었다(YES!) 수술과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크리티컬한 일이겠지만 ㅋㅋㅋㅋㅋㅋ 나는 수술과에 관심이 없으므로 병동으로 돌아오며 기뻤다. 병동일을 해치우면 일찍 잘 수 있기 때문...
학생 때는 인턴 일이 매우 궁금했어서 몇 자 적어보았다. 물론 인턴 일은 OSCE에서 연습한 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L-tube insertion이라던가, T-can dressing & change 등의 기타 업무가 생기지만 사실 몇일 구르다보면 다른 술기에 익숙해지면서 언젠가는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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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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