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에 해당하는 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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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하는 대표적인 일 중 하나는 동의서를 받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동의서의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때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의사의 설명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 같기는 하다.

학생 때는 동의서 받는 항목이 따로 실습 시험에 포함되어 있어 이것을 연습해야 했다. 정석대로 하자면 일단 첫 멘트로는 환자분 확인을 위해 개방형으로 질문하고 혼자 오셨는지 (누군가와 같이 들을것인지) 묻고 시술자와 주치의 그리고 설명자 등등을 열심히 말해야 점수를 다 딸 수 있지만 이것을 실제로 모두 시행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루에 50-80개의 동의서를 업무 외의 시간 (2-3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동의서 하나당 많아야 3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환자분들에 따라서 설명을 더 요하는 환자분도 있고, 아닌 환자분도 있어서 그냥 사인을 해 주시면 정말 우리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혹시나 사고가 났을 때 내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어 항상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꼭 설명을 해주고 있다. 물론 일어날 확률은 1/1000 이하라고 말하면서....

마취 동의서는 다른 동의서와는 달리 수술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아서 난처한 경우가 많다. 환자들의 가장 흔한 질문은 내일 언제 수술을 받느냐는 것이다. 나도 정말 알려주고 싶지만... 수술이라는 것이 그 예정 시간에 맞추어서 칼같이 들어갈 수 없는 것이고 예정 시간에 맞추어 칼같이 끝나지 않으며 항상 변수가 있어 앞 수술이 지연되면 다음 수술도 지연 +지연 + 지연 되는 것이라 병원에서는 수술 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싫어하는 듯 하다. 그치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턴 의사들은 환자 한명한명의 병력은 커녕 수술을 언제 하는지 알아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절대 알려줄 수 없다 ㅋㅋㅋㅋㅋ!!!!

질문을 받아서 시간이 지체되는 우리로서는 정말 저 질문이 답답할 뿐이지만... 내가 환자 입장에서 내일 수술하는 건 알겠는데 언제 내가 끌려가는지 모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런 것이 수술을 위해서는 금식을 해야 하는데, 수술이 계속 길어질 경우 금식 기간이 길어져서 환자가 매우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을 또 설명하면 내가 여기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어머 간호사 선생님이 이따 알려주실거예요' '집도가 선생님이 수술 동의서 받으러 와서 자세히 설명해 주실텐데 그 때 물어보시면 돼요' ' 아직 확정 안 났어요' 등등의 핑계로 열심히 넘어간다.

가끔 내가 직접 마취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 동의서를 받는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지우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부작용을 설명할 뿐 내가 마취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부작용이 실제로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지는지 궁금하다. 사고가 설명의 의무를 다 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나의 최선일 듯 하다....상황이 어떻든저번달도 그랬지만 이번달도... 내가 있는 동안 내가 받은 동의서, 내가 한 시술 중 아무 사고가 없기를 항상 기원하며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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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분홍오리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은 밍밍이 건강, 의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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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때는 멀리서 바라볼수밖에 없었던 주렁주렁한 마취과 약물 스티커를 종류별로 골라서 쓸 수 있다! 위의 사진은 같이 마취과를 돌고 있는 동기의 핸드폰 사진.

 

로딩이 많았던 3월 신경외과를 뒤로하고, 컴퓨터 앞에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있을 수 있는 마취과로 와서 몸은 일단 편해졌다. 몸이 편해졌다고 나에게 자유가 많이 생긴 것은 아니다. 마취과 인턴의 기본은 '킵'이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 마취과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가 수련받고 있는 병원에서의 마취과 인턴의 주요 업무는 회복실 킵이다. 회복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환자가 나오면 옷을 입히거나, 동맥관(a-line)을 빼거나, 삽관을 한 채로 나온 환자는 삽관을 빼거나(extubation) 하는 등 병동에 비하면 간단한 업무를 하고 있다.

처음엔 몸이 편해서 너무너무 당황스러웠고(!!콜이 안오다니!!), 몇일이 지나자 환자 옷입히고 베드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하루종일 뭘 배우는가,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니 수술 후의 환자 관리에 대해서 조금 ? 아주 조금 배우는 느낌이다.

혈압이 높아지는 환자에서 nicardipine을 투여하는 것, 간호사 선생님들이 환자들의 NRS를 매겨서 치프선생님에게 보고하면 선생님께서 약물 (propacetamol/fentanyl/pethidine/ketorolac) 종류를 정해주는 것이라던가, 구토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ramosetron/palonosetron을 투여하는 것을 관찰하고 있다.

사실 니카디핀을 왜 투여해야하는지 왜 진통제는 특정 종류를 투여하는지 몰라서 열심히 교과서를 찾는...중이다 (니카디핀은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써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한다). 확실히 다른 과보다는 개인 시간이 많이 생겨서 궁금한 것도 생기는 것 같다.

몇일 전에는 수술 후 부정맥 환자가 생겼는데, 선생님들이 리듬을 보고 평가하더니 바로 약물을 슈팅하고 환자의 리듬이 돌아오는 것을 보앗다. 학생 시절 마취과는 격하고 바쁘게 intubation 후에 조용히 대기하다가 격하고 바쁘게 extubation만...하는 과라고 생각했는데 회복실에서 다양하게 환자를 manage하는 모습을 보니 다이나믹한 과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서 마취과 교과서에서 postoperative pain, PACU care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읽고는 있지만 약제의 선택이나 그 이유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음...대신 환자들에게 빠르게 안심되도록 설명을 하여 싸인을 유도하는 능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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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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