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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다른 인턴들보다 보호자의 요청사항을 주치의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하는 편이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귀찮지만... 보호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단 의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므로
이들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의사는 몇 안되리라 생각한다

사실 큰 대학병원이면 최고의 치료를 생각하고 오는 것이 맞지만
수술 실력은 최고일지 몰라도 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교수님께서 직접 환자 현명한명을 신경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환자가 대면하게 되는 의료진은 간호사나 말단 의사들인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인턴...

사실 아는 것은 쥐뿔도 없기 때문에 환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질문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환자를 안심시키는 일뿐이다
사실 그들이 나를 잡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것도 많이 없어도 그저 들어주고 내가 아는 내용만 반복해서 설명하고 주치의 선생님께 보고드리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은 고마워했다.

보호자들과 이야기하고 돌아서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분명 인턴 의사라는 것은, 수련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이 곳에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업무 보조에 가깝다는 점, 그리고 간호사들보다 아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때로는 동의서 설명을 하다가 막히면 보호자들이 오히려 교수님이 해준 설명을 그대로 해 주고, 그것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너무 답답해서 본과때 배웠던 신경외과 강의록을 펼쳐보기도 했고, 약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환자들이 치료받고 가는 이 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기도 벅차기에 나는 사실 한 명 한명 소중한 환자들을 스쳐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보호자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혹시 ㅇㅇㅇ(환자) 영상 보셨나요?"

바쁜 하루는 어찌어찌 지나갔고 나는 보호자의 말에 처음으로 환자의 영상을 열어보았다. 15일만에 처음으로 열어본 환자의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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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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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실습의 마지막 날,
원래는 케이스를 받으면 모범적으로 매일매일 환자를 찾으러 가는게 맞지만... 나는 환자파악이 도저히 안되기도 하고 매일 여러 핑계를 대다가 결국 마지막날 나의 케이스 환자를 보게 되었다.

내 케이스 환자는 외상으로 두개내 출혈이 있고 나서 계속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상태였다.
뇌출혈이 생기면 (경색이 생겨도) 뇌세포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손상 이후 점점 세포가 부어오르게 되고, 뇌는 단단한 두개골 내에 자리잡고 있어서 부으면 뇌압이 올라가다가 뇌탈출 (brain herniation)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예방적으로 두개골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게 된다. 내 환자도 딱 이 케이스였다. 나는 한 번도 두개골 절제를 한 환자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craniectomy 관련 구글 이미지)

마침 나와 같이 실습을 도는 언니도 craniectomy (두개골 절제술) 환자를 보고싶어해서 나와 같이 중환자실에 가게 되었다. 전산상으로만 보던 환자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환자는 그물망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두개골을 절제하면 머리가 푹 꺼질 거라고 예상을 해서인지 머리의 부피가 정상으로 보이는 환자가 내 환자가 맞는지 싶었다. 같이 간 언니도 머리가 너무 멀쩡해보여서 두개골 절제를 받은 환자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래서 환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이마에서 박동이 관찰되었다. 정상인이라면 뼈가 감싸고 있어서 박동이 보이지 않아야 할 곳에 상피만 있기 때문에 혈액의 박동이 그대로 보여졌다. 또한 혼자는 뇌출혈로 뇌가 부어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언니와 나는 둘 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자는 중환자실에 오래 있으면서 여러 번 감염을 겪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장갑을 끼고 환자의 머리를 만져 보았다. 물컹. 나는 정말 두부같은 뇌를 만져보닸다는 사실에 기뻤고 언니는 너무 신이 났는지 중환자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나와 언니는 신이나서 둘다 킬킬대며 조용히 웃었다.

난생 처음 두개골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만져본 언니와 나는 신이 나서 나머지 케이스도 열심히 신체검진을 시작하였다. 바빈스키 사인, DTR, pupil light reflex, corneal reflex 등을 열심히 시행하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감염주의 환자이니 가운을 입으라 하셨다.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중환자실에서 학생은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입던 비닐 가운을 입으면서 언니와 나는 더없이 신나했다. 또 중환자실에서 바빈스키 검사를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서 설압자를 찾으러 중환자실을 모험하듯 누볐다. 마지막으로 손을 씻고 나오면서 언니와 나는 큰 모험을 한 것 같았다. "와 신기하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언니랑 돌면서 머리뼈가 없는 뇌를 만져보고 신기해하던 순간이 참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행복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행복을 찾는 공간이 너무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질적'이라는건, 행복과 공존하기에 너무 이질적인 공간. 많은 환자들이 불의의 사고 이후에 집으로 가지 못하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로 몇십 일을 보내다 가는, 그런 우울한 공간. 나와 언니는 뼈가 없어서 물컹물컹한 뇌를 만지고 신기해했고, 좋아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깨어나지 못하는 환자분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울함이 가득한이 환경속에서도 결국 나는 어떻게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참 이상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병으로 또 고통으로 학구적 즐거움을 충족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마주치며 젊음과 건강의 기쁨에 대해 여러번 생각하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머리뼈가 없는 머리때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약품 냄새가 가득하고 생명의 파동이 멈춘 중환자실에서 우리는 생명이 넘쳐서, 젊어서,  아름다워서, 그래서 행복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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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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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

rotational force 에 의하여 백색질의 axon이 shearing injury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 축삭의 손상으로 인해 뇌세포가 죽고, 뇌가 붓게 되며 두개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뇌로 피의 공급이 감소하여 뇌손상이 심화되게 된다.

호발하는 부위로는 corticomedullary junction, corpus callosum, brainstem (posterolateral)이 있다.

2. 진단

DAI에서는 병변이 작아서 CT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MRI를 선택해야 한다. MRI에서는 T2, FLAIR에서 병변이 hyperintense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더 민감하게 진단하기 위하여 gradient echo, susceptibilitly-weighted image를 선택할 수 있다.

3. 영상 소견

Susceptibility-weighted images reveal multiple hypointense areas (arrowheads) in the left frontal lobe

Bradley's Neurology in Clinical Practice.

Ajtai, Bela; Masdeu, Joseph C.; Lindzen, Eric. Published January 1, 2016. Pages 411-458.e7.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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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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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는 병원 전체 환자 중 정말 많은 수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 입원환자의 10-15%에 달하는 환자가 신경외과에 입원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가끔 정말 무언가를 포기한 눈빛을 보이기도 한다 (...)

입원환자는 많지만 사실 수술을 매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경외과는 경이로운 것이 내과적 + 외과적 처치를 할 뿐만 아니라 영상을 보고 마취도 하고 시술에 인터벤션까지 모든 것을 담당한다. 마치 부인과가 이 파트는 내것! 이라고 외치는 느낌이었다면 신경외과는 foramen magnum 위로는 전부 우리것! 이라고 외치는 기분이다. 신경과의 학구적인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신경외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 것은 '숨결이 바람될 때'라는 책을 읽은 후이다. 책의 작가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몸과 마음을 다 알고싶다는 바람에서 신경외과를 택했지만, 수많은 성취와 보상을 앞두고 결국은 폐암 4기로 40세를 넘지 못하고 죽고 만다. 하지만 대신에 떠나기 전에 남은 사람들에게 죽음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을 남겨두고 갔다. 비록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기는 하였지만, '마음과 몸을 모두 잘 알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신경외과는 학문적인 동시에 정말 극적이었다. 환자 명단을 받아들고 히스토리를 찬찬히 들어보면 죽음은 그리 이질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저 어느날, 예고 없이, 내일이 와야 할 자리에 와서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에 나를 데려가 버린다.

수술방에서,

lumbar spine compression fracture가 있는 환자의 시술을 보았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된 후에는 호르몬의 이유로 골밀도가 많이 감소하고, 정말 별 것 아닌 것으로 압박 골절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로 보존적 치료, 신경 블락 등의 치료를 하지만 그러한 치료에도 너무 아파하고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라면 vertebroplasty를 선택한다.

수술은...(? 시술인가...) 전신마취를 기대하였으나 그런것 따위 하지 않고... 당당하게 환자를 엎드리게 하고 척추체에 구멍 두개를 뚫어 시멘트를 채우는 ....설명만 들으면 정말 야만적인 수술이다. 환자분은 정말 많이 아파했고, 뼈에 무언가를 내리 박는 소리와 망치..등이 오가며 학생들은 무서움을 금치 못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두려움 이외에도 늙으면서 오는 나의 다양한 신체적 질환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순간, 나이가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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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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